덥다고 에어컨 온도를 너무 낮게 설정한 곳에 오래 있으면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실내외의 온도차가 커서 자율신경계에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나 혈압, 호르몬, 스트레스 대처능력 등에 나쁜 영향을 준다. 냉방병에 걸리면 복통, 설사 외에도 몸이 찌뿌드드하고 요통, 한기, 생리불순 등의 증상을 동반하게 된다.
찬 음료수나 음식을 자주 먹어도 소화기능이 떨어져 복통을 호소하게 된다. 또 야외에서 강한 햇볕에 오래 노출될 때 찾아오는 일사병,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에서도 일부 복통을 보일 수 있다.
이런 복통은 대부분 하루이틀 사이에 저절로 좋아지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는 “다만 위장을 자극하는 찬 음식이나 신 음식 또는 과일, 밀가루음식, 우유 등을 삼가야 한다. 복통과 함께 설사, 구토가 심할 때는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탈수를 막기 위해서는 보리차를 따뜻하게 해서 설탕,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면 도움이 된다. 전해질 농도를 맞추어 주는 이온음료도 괜찮다.
▲ 부위별 복통 원인 | ||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상한 음식이나 조금이라도 변질 가능성이 있는 음식은 버리는 것이 안전하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 등이 만들어낸 독소는 열에 의해서도 파괴되지 않는다. 특히 샐러드나 크림, 햄 같은 육류를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에 방치했거나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냉장한 음식, 제대로 조리하지 않은 어패류 등은 조심해야 한다. 또 냉장고에 보관했더라도 오래 되면 상할 염려가 크고 냉장고에서 기생하는 세균도 있다.
대부분의 식중독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지만 고열이 나거나 심한 설사로 탈수현상을 보일 때는 병원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증상이 심한데도 방치하다가는 패혈증, 쇼크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계절에 상관없이 복통은 흔한 증상이다. 국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1년간 내원한 복통 환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복통 환자의 43%가 입원치료를 받았고, 원인으로는 위장관염(17%)으로 인한 복통이 가장 많았다. 2위는 급성충수염(12%)이었고 다음은 요로결석(11%), 간·담도질환(6%), 위염(5%), 소화성 궤양(4%), 자궁외임신 (3%), 골반염(3%), 췌장염(3%), 분변 매복(2%), 장폐색(2%) 등의 순이었다.
이중 급성충수염은 우리가 맹장염으로 부르는 질환이다. 흔하면서도 증상이 시간에 따라 변해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명치끝이라고 하는 윗배가 아프다가 메스꺼움이 생긴 뒤에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 늦게 발견해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번지면 고통이 극심하다. 하지만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경우 어린이라면 장간막 림프절에 염증이 생겼을 수 있고 어른은 신장, 난소의 이상 때문일 수도 있다.
이외에도 비뇨생식기 이상으로 인한 복통도 있고 복강외 장기인 심장, 폐, 늑막, 근골격계 등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복통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흔하다.
한방에서는 나쁜 피 즉, 어혈이나 담이 있을 때도 복통이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어혈로 인한 복통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많고, 낮보다는 밤에 심해지며 한 곳에만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는 게 압구정 함소아한의원 최혁용 원장의 설명이다.
▲ 어린이 복통 한방진료 모습. 사진제공=함소아한의원 | ||
그렇다면 갑자기 복통이 생겼을 때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복통이 가라앉지 않고 점점 심해지거나 복통이 쉬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 복통 후에 구토가 나는 경우, 구토나 설사 후에도 복통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 복통으로 인해 잠이 깰 정도로 심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한 응급질환이거나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배가 아프면서 걷거나 기침을 할 때 심하게 울리는 느낌이 있는 경우, 통증이 다른 부위로 뻗치는 느낌이 들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담낭염, 췌장염 등일 때는 복통과 함께 어깨 등으로 뻗치는 통증이 있을 수 있고, 여성의 경우 자궁외임신으로 파열되면 아랫배, 뒤 허리가 같이 아픈 증상이 있다.
만약 위장에 구멍이 나는 위 천공이 생기면 조금씩 배가 아프다가 갑자기 정신을 놓을 정도로 심해진다. 그런 다음 그보다는 덜한 통증이 계속된다. 따라서 심하던 복통이 약해지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면 응급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 압구정 함소아한의원 최혁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