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는 행위로 인해 뇌기능이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해소, 긴장 완화에도 좋다. 실제로 10분간 껌을 씹은 뒤에 뇌파를 측정하면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생기는 알파파가 증가한다.
또한 씹는 행위가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위나 장 절제수술을 받은 후에 껌을 씹으면 장이 빨리 회복된다는 재미있는 보고도 있다. 껌을 씹을 때 몸속에 들어온 공기로 인해 장운동이 빨리 회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귀가 너무 잦거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일 때는 껌을 씹지 않는 게 좋다.
껌을 씹으면 소화가 잘 될까. 식사 후에 껌을 씹으면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와 위장운동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기계적인 소화가 더 나아지지는 않는다. 소화를 위해 껌을 씹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껌을 씹으면 ‘사각턱’이 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속설. 단국대 치대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김경욱 교수팀이 32명에게 하루 1시간씩 4주간 껌을 씹게 한 결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적당히 씹으면 잇몸과 턱 근육이 강화된다.그렇다고 턱이 아플 때까지 오래 껌을 씹으면 턱근육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삼간다.
껌에 관한 궁금증 또 하나! 정말 자기 전에 양치질 대신 자일리톨껌을 씹는 게 좋을까. 일반 껌에 비하면 가격이 비싼데도 전체 껌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일리톨껌. 광고 때문에 ‘YES’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정답은 NO. 자일리톨 성분에 충치예방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치질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얼마 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관련 실험을 했다. 8명에게 똑같은 식단의 점심을 먹게 한 뒤 껌을 씹은 그룹, 구강청정제로 입 안을 헹군 그룹, 양치질을 한 그룹,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30분 후에 치아의 세균을 빨갛게 물들이는 착색제를 발랐다. 그랬더니 아무것도 안한 경우에는 치아 전체가 온통 빨갛게 변했고, 껌을 씹은 사람도 역시 비슷했다. 반면 양치질을 한 경우에는 이빨 사이를 제외하고는 빨간색이 거의 없었다. 구강청정제를 사용한 그룹은 양치질을 한 사람보다는 빨간색이 많이 보였다.
치과 의사들도 양치질 효과를 100으로 볼 경우 가글은 양치질의 50, 껌은 30 정도의 효과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껌이나 구강청정제만 믿고 양치질을 게을리 하다가는 소중한 치아를 망치게 된다.
참고로 거리에 붙은 껌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인건비가 들어간다. 중국의 경우에는 설날 연휴 1주일 동안에 천안문 광장 바닥에 붙은 껌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 돈으로 1억 원 이상 들어가고, 영국은 한 해에 무려 1억 5000만 파운드(2800억 원)을 쓴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국민 1인당 한 해 껌 소비량이 긴 껌 90개 정도인 200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상이 간다. 중국의 1인당 껌 소비량은 절반인 100g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껌 용해제나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분해되는 껌 등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 드디어 유럽연합에서는 내년부터 껌베이스에 고분자 물질을 첨가해 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만든 껌이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