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마다 서는 시골장에 가면 어디든 산나물이 지천이다. 제철 나물을 밥상에 올리면 찌뿌드드한 몸과 마음에 활력을 줄 수 있다. | ||
뭐든 새로 시작하고 싶은 의욕과는 달리, 봄철에는 몸이 나른하고 축축 처진다. 왜 그럴까. 한방에서는 간, 심장과 관련지어서 이야기한다. “간이나 심장의 기운이 떨어진 상태에서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 되며 의욕, 스태미나 등도 저하된다”는 것이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의 설명이다.
따라서 활력 있는 봄을 보내려면 간의 기능을 좋게 하는 신맛, 심장의 기능을 돕는 쓴맛의 제철 식품을 많이 먹어주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봄나물은 쓴맛을 가지고 있고, 무칠 때 식초나 레몬즙 등으로 신맛을 더해줄 수 있다.
영양의 균형을 생각할 때도 봄나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겨울보다 2~3배 이상 늘어난 활동량으로 인해 우리 몸은 단백질이며 비타민, 미네랄 등의 필요량이 급증한다. 봄나물에는 여러 가지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고루 들어 있다. 평소 영양이 불균형한 사람일수록 춘곤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평소 자주 먹는 상추나 시금치 같은 채소는 보통 하우스나 밭 등에 씨, 모종 등을 심어서 적당하게 자라면 채취한다. 유기농 식품이 아니라면 이 과정에서 세균, 해충 등의 피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쓴다.
이런 재배 나물보다는 산, 들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산나물의 영양이 훨씬 우수하다. 이른 봄에 고개를 내미는 달래나 냉이, 씀바귀를 비롯해 두릅, 취나물, 원추리, 참나물 등이 그것이다. 산나물은 재배 나물들보다 몇 배 위험천만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그 성분들이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이런 성분들이 살균이나 해독, 항염증 작용 등으로 노화를 지연시키고 암도 예방한다.
산나물의 유효성분을 추출해서 약으로 개발된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이미 알려진 것처럼 ‘징코민’이나 ‘기넥신’ 같은 약은 은행잎 추출물을 이용해 만들었고, 동아제약의 경우 쑥(애엽)에서 추출해서 ‘스티렌’이라는 위궤양 치료제를 내놓은 바 있다. 또한 아스피린에는 버드나무 추출물이, 미국에서 만들어진 항암제 ‘탁솔’에는 주목나무 추출물이 들어 있다.
산나물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의 함량은 물론 섬유질, 엽록소, 효소 등 재배 나물들이 가지고 있는 성분도 더 풍부하다. 일레로 비름이나 돌미나리는 상추의 30~40배 이상 되는 칼슘이 들어 있다고 한다.
구하기 쉽고 영양도 만점인 산나물 베스트 7을 알아본다.
▲눈 피로하고 동맥경화·지방간 있을 때는 냉이
봄나물 중에서 비타민 B1이 가장 많고, 비타민 A가 많아 눈이 피로한 사람들에게 좋다. 또한 칼슘, 철분 등의 미네랄 함량이 높고 채소로는 드물게 단백질 성분이 많아 두부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 들어있다. 동맥경화나 지방간 등에 좋은 아세틸콜린, 후말산 등의 좋은 성분도 들어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변비, 생리불순을 개선시키는 데도 냉이를 자주 먹으면 좋다.
조리할 때는 뿌리를 함께 넣는 게 좋다. 보통 국을 많이 끓이지만 비타민 B1 파괴를 줄이려면 된장에 무치면 된다. 국을 끓일 때는 쌀뜨물을 이용하고, 씻은 냉이를 날콩가루에 묻혀 넣으면 맛이 더 좋다.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안 될 때는 냉이죽을 쑤어도 좋다.
▲속 불편하고 잠 안 올 때는 달래
산이나 들 어디서나 쉽게 채취할 수 있는 달래에는 비타민 A와 칼슘이 특히 풍부하다. 따라서 스트레스 해소나 피부미용,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한방에서는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 소화를 돕고 설사, 장염, 불면증 등을 다스리는 데도 좋은 것으로 본다.
달래의 매운맛에는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이 있다. 알리신이 페니실린보다 강력한 살균작용을 해서 감기바이러스, 염증 등을 억제하고 세포에 활력을 준다. 또 마늘처럼 스태미나를 높이는 작용도 있다. 달래주를 담가두고 매일 1잔씩 마시면 스태미나가 좋아진다고 한다. 달래의 줄기, 뿌리를 씻어서 물기를 없앤 다음 3배의 소주를 부어 1개월 정도 시원하고 어두운 곳에 두면 달래주가 완성된다.
▲ 왼쪽부터 냉이, 두릅, 달래. | ||
▲위장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씀바귀
김치를 담아먹는 고들빼기가 바로 씀바귀. 식욕을 돋우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서 소화기능을 도와준다. 한방에서는 오장의 나쁜 기운과 열기, 염증을 없애주어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기침을 많이 하거나 소변의 색이 붉고 요도가 불편할 때도 씀바귀가 좋다.
씀바귀는 잎이 여리고 신선하면서 뿌리가 진한 노란색인 것을 고르면 된다. 뿌리가 굵고 질기면 맛이 덜하다. 씀바귀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찬물에 오래 담가두어야 강한 쓴맛이 사라진다. 쓴맛을 없앤 씀바귀를 초고추장으로 새콤하게 무치면 식욕이 살아난다.
▲피로회복·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두릅
쓴맛을 나게 하는 사포닌 성분이 혈액순환, 피로회복을 돕는 것은 물론 콜레스테롤 저하, 면역력 증진, 항암작용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두릅을 먹어주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도 개운해진다”는 것이 고창남 교수의 조언이다.
신장의 기능을 도와 몸이 잘 붓고 소변을 자주 보는 사람에게도 좋다. 또한 칼륨이 풍부해서 짜게 먹는 사람들이 두릅을 먹으면 고혈압의 예방, 개선에 도움을 준다.
땅에서 돋아나는 새순을 채취하는 것은 땅두릅, 산에서 나무의 새순을 따는 것은 나무두릅이다. 잎이 신선하면서 너무 피지 않은 것으로 고르고 딱딱한 나무 부분을 남겨두고 자른 것이 좋다. 딱딱한 나무 부분이나 두릅나무 열매는 술을 담그기에 알맞다. 두릅나무 뿌리껍질의 경우, 당뇨병의 민간요법에 많이 사용된다.
보통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전이나 튀김으로 또는 소금에 절이거나 고추장·된장으로 장아찌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직장인의 두통·요통을 다스리는 취나물
취나물에도 참취, 곰취, 미역취, 개미취 등의 여러 종류가 있지만 보통 취나물 하면 참취의 어린 잎을 말한다. 영양면에서는 단백질과 비타민 C, 칼륨 등이 특히 많다. 진통작용을 해서 직장인들에게 흔한 긴장성 두통이나 요통 등을 없애주고,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숙취 해소에 좋다. 혈관을 좁게 만드는 혈전을 막아 고혈압, 동맥경화 등에도 효과가 있다. 쌈으로 많이 싸먹는 곰취의 경우에는 육류를 굽거나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을 억제해 준다.
▲여성 질병을 멀리해주는 쑥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여성들의 생리통, 냉증 등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이 예민해서 설사를 하는 경우에도 좋고, 비타민 A·C가 많아서 면역력을 높여준다. 비타민 A의 경우에는 쑥을 하루에 80g만 먹어도 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다. 쑥 중에서도 특히 인진쑥은 간질환의 민간요법에 많이 쓰인다. 국이나 생즙 외에 3월에 어린 잎을 채취해서 말려 쑥차를 끊여 마셔도 좋다.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다면 쑥분말을 구입해서 팩을 하면 여드름, 기미 등에 효과가 있다. 쑥분말에 달걀노른자 1개, 밀가루 1스푼, 포도씨오일 반 스푼을 넣고 섞으면 된다. 이것을 얼굴에 거즈를 댄 다음 붓으로 고루 발라 20분 후에 떼어내고 미지근한 물로 씻는다.
▲해독작용이 뛰어난 돌나물
돌나물은 해열,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그래서 유해물질의 해독을 담당하는 간이 무리하지 않도록 해준다. 민간요법에서는 간염이나 간경화, 간암 등에 돌나물 생즙을 권한다. 손을 베거나 타박상, 담이 결릴 때는 생즙을 바르면 살균, 소염효과가 있다. 비빔밥 또는 초고추장, 된장으로 무치거나 물김치를 담아 먹으면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