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에도 기침이 심하거나 오래 갈 때는 지속기간이나 함께 나타나는 증상 등을 체크해 보면 자신도 모르는 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40대 이상 흡연자가 기침과 함께 객혈, 호흡곤란,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면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암이 의심된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담배 탓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는 병을 키우게 된다.
“흔히 기침을 하면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만을 의심하기 쉽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다”는 것이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의 설명이다.
사실 기침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빠르고 강하게 숨을 내쉬는 것이 기침으로,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반사작용이다. 기관지나 폐 등으로 들어온 이물질, 분비물을 제거하기 위해 기침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심하거나 오래 가는 기침은 숨은 질환을 알려주는 이상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기침은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한다. 3주 미만일 때는 급성 기침, 3~8주이면 아급성 기침, 8주 이상이라면 만성 기침으로 부른다.
급성 기침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감기인데 1주일이 지나면 기침이 줄어들고, 늦어도 3주 내에는 사라진다.
기침과 함께 열이나 오한, 콧물, 가래, 몸살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 증상에 따라 가벼울 때는 약을 먹지 않아도 잘 낫지만 심한 경우에는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
특히 기침을 할 때 가래가 많다면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가래가 묽어져야 잘 배출되기 때문이다. 등을 두드려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흡연이나 먼지 등 목에 자극이 되는 환경을 피하고, 기침이 심하다면 운동이나 차가운 공기도 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급성 부비동염, 알레르기 비염으로 급성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는 폐색전증, 폐렴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심부전 같은 심장질환 등의 중한 질병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침이 심하거나 잘 없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확산되는 조류독감도 기침, 고열이 나면서 목이 아프고 근육통이 생기는 게 주된 증상이다. 조류독감 위험지역에 다녀오거나 조류와의 접촉이 있었던 경우에는 꼭 병원에 가봐야 한다.
3주~8주 계속되는 아급성 기침은 감기 같은 급성 상기도 감염 후에도 증상이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8주 이상 기침이 계속되는 만성 기침의 3대 원인은 상기도 기침 증후군과 기관지 천식, 위식도 역류염이다. 국내의 한 보고에 따르면 콧물이 뒤로 넘어가면서 기침을 한다고 해서 ‘후비루 증후군’으로도 불리는 상기도 기침 증후군이 39~5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으로는 기관지 천식 (11~32.2%), 위식도 역류(4~14.1%) 등이다.
우선 상기도 기침 증후군은 비염이나 부비동염(축농증) 등으로 인해 생긴 끈끈한 분비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 목,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서 기침을 하게 된다.
김상환 교수는 “주로 누워있을 때나 밤에 기침이 심해질 때 상기도 기침 증후군을 의심한다”며 “항히스타민제와 비충혈제거제 등으로 증상을 치료하고, 원인 질환인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부비동염 등을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기관지 천식이 있을 땐 기침과 함께 호흡곤란을 보이기도 하고 쌕쌕거리는 숨소리를 낸다. 특히 밤중에 증상이 심해지고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기에 쉽게 걸린다. 병원에서 천식이라고 진단을 받으면 흡입하는 형태의 스테로이드제로 치료하고, 증상에 따라 기관지 확장제를 쓰기도 한다.
위식도 역류염은 식도와 위 사이에 있는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약해지면서 생기는데 위 속의 음식물과 함께 위산이 역류해 식도 점막을 자극한다. 가슴이 화끈거리며 아프고(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을 앞으로 구부릴 때 가슴 통증이 있다) 신물이 넘어오는 증상과 함께 기침, 쉰 목소리를 보인다.
흔히 가슴에 증상이 있어 소화기 질환보다는 심장 이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가슴 엑스레이 사진이 정상이고, 비염·부비동염 등의 질환도 없으면서 기침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 의심해볼 만하다.
역류성 식도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육류 위주의식습관도 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기름진 음식이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 압력을 떨어뜨려 역류를 일으킨다. 과식이나 폭식, 야식도 나쁜 영향을 미치며 술마신 뒤 습관적으로 토하는 사람도 걸리기 쉽다. 토할때 식도가 위산에 손상되고 횟수가 많을수록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습관을 바꾸고 경우에따라 위산분비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기침소리 따른 의심 질환
‘컹컹’ 개 짖는 소리 같은 기침>>> 후두염
체중 감소와 전신 쇠약을 동반하는 기침>>> 만성적인 감염이나 결핵
숨이 넘어갈 듯한 발작적인 소아 기침>>> 백일해나 천식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기침>>> 천식
38℃ 이상의 열과 오한이 있는 기침>>> 감기나 급성 감염
식사할 때의 기침>>> 식도와 관련된 질환
밤에 잦은 기침>>> 심장과 관련된 질환
분홍색이면서 거품 섞인 가래가 있는 기침>>> 폐부종
흡연자의 가래 섞인 기침>>>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폐암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