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가때 외출은 일출·일몰 시간을 이용하고 물놀이 안전대책도 꼭 세워야 한다. | ||
물놀이 사고 등의 안전대책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즐거워야 할 휴가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 돼버릴 수 있다. 지난해 물에 빠져 사망한 사람의 절반가량이 7~8월에 익사했고 장소로는 강과 바다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폭염주의보나 특보가 내려지는 등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라톤,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던 이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고 휴가지에서도 각종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평소보다 긴장이 풀리는 휴가 기간엔 안전에 대한 주의가 더 필요하다. 특히 기온 변화에 따른 신체적응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어린이를 비롯해 심장병, 뇌졸중 등의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몸의 열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흡수하거나 신체대사에 의해 발생한다. 어떤 이유로든 열이 나서 체온이 상승하면 시상하부의 체온조절 중추가 원심성 교감 신경계를 통해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피부 혈류량을 증가하게 함으로써 발한을 유도한다.
하지만 상대습도가 75% 이상으로 높은 날씨이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경우에는 발한이 잘 이루어지지 못해 체온이 상승하면 여러 가지 열 관련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이런 무더운 날에는 야외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 외출이 불가피하다면 가능한 하루 중 기온이 낮은 시간을 이용하는 게 좋다. 옷차림은 가볍고 헐렁한 것이 좋고, 충분한 수분과 고른 영양섭취가 필요하다.
열 관련 질환은 크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열사병과 이보다 덜한 열 실신, 열 경련, 열 탈진 등이 있다.
열사병▶▶ 고온 다습한 외부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외부로부터의 열 공급이 증가하는 경우와 운동으로 체내에서 생산된 열을 충분히 발산하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 등 두 가지가 있다.
열 관련 질환 중에서 가장 위험한 상태다. 심한 더위로 인해 체온조절을 하지 못하고 체온이 자꾸 올라가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응급의료센터 김명천 교수는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며 “열로 쓰러진 환자가 빨리 깨어나지 않고 몸이 뜨거울 때는 시원한 물로 몸을 식히면서 얼른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조언했다.
열 실신▶▶ 몸이 갑자기 뜨거운 기온에 노출되면 말초혈관이 확장돼 혈액이 다리 쪽으로 몰린다. 이렇게 되면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잠깐 실신한다. 대부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다리 쪽을 높게 해서 휴식을 취하면 바로 회복된다. 하지만 몇 분 내로 의식이 안 돌아오면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열 경련▶▶ 더운 곳에서 무리하게 일이나 운동을 계속할 때 근육에 경련이 생기는 경우다. 수분과 염분이 땀으로 다량 배출된 것이 원인이다. 근육 경련과 함께 기운이 빠지고 두통 어지럼증 구역질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인다.
열 경련이 일어났을 때는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곳에 눕히고 경련이 일어난 근육 부위를 마사지해주면 1~2시간 후 대부분 회복된다. 갈증이 난다고 하면 맹물보단 물에 소금을 조금 타서 마시게 한다.
열 피로▶▶ 역시 더운 날씨에 운동이나 일을 하다가 땀을 많이 흘릴 때 생긴다. 어지럽고 기운이 없으며 쉽게 피로를 느낀다. 서늘한 장소로 옮겨 열을 식히고 물에 소금을 타서 마시게 하고 심한 경우에는 병원으로 데려간다.
휴가지에서 열 관련 질환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각종 안전사고 대책이다. 평소엔 잘 아는 사항도 휴가지에선 막상 잘 지키지 않거나 다급한 경우엔 당황해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잘 아는 내용이지만 즐거운 휴가와 안전한 귀가를 위해 다시 한번 숙지하자.
◇갑자기 운동하면 부상 위험
평소 꾸준한 운동을 해서 어느 정도 체력이 있는 사람은 무더위에 운동이나 레포츠 등을 즐겨도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평소 운동을 거의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더운 날씨에 무리하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때문에 반드시 준비운동을하고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조금씩 늘리도록 한다. 운동을 하다가 흔히 ‘쥐가 났다’고 말하는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면 바로 운동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면서 전해질이 풍부한 음료와 음식을 보충한 뒤에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어린이는 얕은 물도 조심
여름휴가철에는 시원한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5세 미만의 아이나 노약자는 얕은 물에서도 쉽게 중심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넘어졌을 때 당황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깊이에서도 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때문에 얕은 물이라도 안전에 주의하고, 깊은 물에는 가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충분히 주의를 준다. 만약 신발이나 물건이 떠내려가면 절대 혼자 건지려고 하지 말고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가르친다. 또 아이들끼리 놀도록 방치하면 안 되고 항상 어른들이 옆에서 지켜봐야 안전하다.
여러 가족이 함께 어울릴 때는 아이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꼭 어른 한 명이 돌아가면서 ‘사주경계’를 서는 것이 좋다. 물놀이 도중 몸이 떨리고 소름이 돋으면서 입술이 파래지면 물놀이를 중지하고 물 밖으로 나와 쉬도록 한다. 타월 등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또한 음주 후 물에 들어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준비운동 없이 갑자기 뛰어들었다가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고, 손과 발→팔과 다리→몸통 순으로 물을 적신 후 천천히 들어가야 한다.
◇계곡 야영은 피한다
울창한 숲이 있는 산으로 휴가지를 정했다면 야영지를 잘 골라야 한다. 보통 물놀이를 하기 좋은 계곡에 텐트를 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은 기후가 잘 변해 갑자기 많은 비가 쏟아지면 계곡은 물이 불어서 위험하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비가 오더라도 안전한 곳에 텐트를 쳐야 한다.
또 계곡을 건널 때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신발을 신고 건넌다.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 다치기 쉽다. 산과 계곡엔 바위가 많으므로 발끝 이 보이는 것보다는 발가락을 감싸고 잠금장치가 있는 스포츠샌들, 물이 잘 빠지는 등산화나 트레킹화 등이 좋다.
◇수분·염분을 잘 섭취한다
기온과 습도, 활동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여름철에 등산으로 땀을 흘린다면 하루에 5∼8컵의 수분과 3∼5g의 소금을 추가로 섭취해야 열에 의한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가능하면 기온이 가장 높은 한낮보다는 일출, 일몰 전후에 활동하는게 바람직하다. 심장질환,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자, 열병환자 등은 열에 약하므로 각별히 주의한다.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는다
집 떠나서 상한 음식이나 물을 갈아 마셔 탈이라도 나면 휴가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설사의 경우 보통 물을 갈아 마신 것이 원인이거나 상한 음식물로 의한 식중독일 가능성이 크다. 예방하려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이 열에 약하므로 반드시 음식을 끓여먹고 변질의 우려가 있는 것은 아깝더라도 버려야 한다. 생으로 많이 먹는 채소와 과일은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서 먹는다.
설사가 날 때는 반나절 정도 속을 비우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다. 탈수를 막으려면 보리차를 따뜻하게 해서 설탕,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면 도움이 된다. 전해질 농도를 맞추어 주는 이온음료도 괜찮다. 이렇게 해도 나아지지 않고 설사가 심하거나 구토 등의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에어컨을 켠 채로 자지 않는다
차량 실내처럼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컨을 켜고 잠들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운전 중에 에어컨을 켤 때는 차내 온도와 외부 온도가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조절하고, 시간당 5분씩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또 차 안에 아이들만 두고 일을 보는 것은 삼가야 한다. 한낮에는 차 안의 온도가 40도 이상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 차 안에 있는 어린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응급의료센터 김명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