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은 우리 몸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우선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침입을 차단해 감염을 막는다. 또 상처나 통증을 개선시키고 피로를 푸는 등의 회복 과정도 면역력과 관련이 있다.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우리 몸 곳곳의 기능 저하나 질병 발생을 막고, 세포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도 면역력이다.
흔히 면역력이 높다고 말하는 것은 어떤 뜻일까. 의학적으로는 백혈구 속의 과립구가 54~60%, 림프구가 35~41% 범위에 있으면서 과립구와 림프구가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자율신경과 관련이 깊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뤄져 있는데, 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면 과립구가 증가하고 부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면 림프구가 증가하도록 돼 있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져 교감신경이든 부교감신경이든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과립구와 림프구의 균형이 깨져 면역체계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쉽게 면역력을 체크해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체온을 재보는 것이다. 혈관을 수축 또는 확장시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자율신경으로 자율신경의 균형이 무너지면 체온도 낮아진다. 인간의 신체가 활발하게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몸속체온은 37.2℃. 쉽게 잴 수 있는 겨드랑이 체온으로는 36.5℃ 전후가 정상 범위다.
면역력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면역에는 편도선, 누선 등에서 세포의 변화를 감시하는 오래된 시스템과 흉선, 림프절·비장 등에서 항원에 대항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있다. 나이가 들면 이 중에서 오래된 면역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새로운 시스템의 기능은 떨어진다. 젊은 층은 이와 반대로 새로운 면역시스템이 더 활발하게 작동한다. 결국 나이보다는 얼마나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생활하느냐가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더 중요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다양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빨리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율신경의 불균형이 지속돼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암 같은 심각한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 중에는 발병 전에 지나치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른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과로 등도 면역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일이 바빠서 과로가 쌓이면 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되고, 반대로 활동량이 너무 적으면 부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돼버려서 둘 다 삼가야 한다.
약에 의존하는 습관도 금물이다. 진통제나 해열제, 소염제 등 우리가 흔히 쓰는 약들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한편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호흡도 관련이 있다. 평소 입으로 하는 얕은 호흡이 습관이 되면 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된다.
따라서 평소 자율신경의 균형을 유지하는 식습관이나 운동 방법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자율신경의 균형을 잘 유지하면 면역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일본의 저명한 면역학자인 아보 도오루 박사는 저서 <먹는 면역력>을 통해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포인트는 생활습관·식사·호흡”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가 소개하는 면역력 증진 방법은 다음과 같다.
▲ 평소 꾸준한 운동과 반신욕을 통한 체온 유지, 스트레스 해소가 체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 ||
예를 들어 교감신경을 가장 자극하는 것은 바로 염분으로, 짜게 먹는 사람은 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계속돼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마그네슘이나 칼슘, 칼륨 같은 미네랄은 부교감신경 우위 상태를 만든다. 주로 현미나 신선한 채소, 해조류 등에 이런 미네랄이 풍부하다. 소화관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식이섬유도 부교감신경 우위 상태로 만든다.
참고로 부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지속되면 면역과잉으로 알레르기 질환이 생기기 쉽다. 늘어난 림프구가 일부 식품이나 동물의 털, 꽃가루 등까지 모두 항원으로 인식해서 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운동은 꾸준하게=식사 외에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적당한 운동을 들 수 있다. 나이와 체력에 따라 다르지만 1주일에 3~5회 정도 30분~1시간 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도록 한다. 운동을 하면 발열을 담당하는 근육이 활성화되어 몸이 열을 내는 작업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몸은 따듯하게=겨드랑이 체온을 재서 36℃ 이하인 사람은 신경 써서 몸을 따듯하게 해주도록 한다.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체온이 저하되는 상태에서는 림프구와 과립구의 수가 정상 범위를 넘어서고, 결과적으로 면역력도 떨어진다. 이런 사람은 덥다고 지나치게 에어컨 바람에 노출되면 체온조절 기능이 더 나빠지므로 주의한다.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식품을 자주 먹고 운동, 반신욕 등을 해주는 것이 좋다.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땀 냄새 때문에 매일 샤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땀만 씻어낼 정도로 후다닥 샤워를 끝내기보다는 조금 느긋하게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반신욕을 하면 체온이 올라가고 부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되어 면역력이 높아진다. 신경이 예민해서 푹 자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좋다.
반신욕을 할 때는 너무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심신을 흥분시키므로 자신의 체온보다 4℃ 정도 높은 미지근한 물(40℃)이 적당하다. 준비한 물에 배꼽 위까지만 20분 정도 몸을 담그면 된다. 춥게 느껴지면 어깨에 수건을 걸쳐서 몸이 식지 않게 하고, 낮은 목욕용 의자를 놓고 앉으면 더 편하다. 반신욕 후에는 땀으로 흘린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한다.
또는 시간이 없을 때는 목까지 물에 담가서 10분 정도 전신욕을 하는 것도 좋다.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푼다=스트레스는 어떻게 보면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도, 반대로 삶의 활력을 줄 수도 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목표에 도달하려면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너무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목표가 있기 때문에 무언가에 더 집중해서 일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을 때는 다른 시각에서 생각하거나 취미활동, 운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사소한 스트레스도 쉽게 풀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는 성격이거나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격이라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만들도록 한다.
◇호흡은 코로 깊게=부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도록 하려면 입이 아닌 코로 숨을 쉬면서 깊고 천천히 호흡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폐가 압박돼 호흡이 얕아지기 쉬운데 깊은 호흡을 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