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긁어내 보면 발바닥 사마귀에는 혈전이 보이고 티눈에는 심이 보인다. | ||
사마귀와 티눈은 얼핏 보기에는 비슷해도 전혀 다른 질환이다. 쉽게 구별하려면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살살 칼로 표면을 벗겨보면 알 수 있다. 우선 사마귀는 손톱깎이로 잘라 내거나 칼로 긁어내면 작은 점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고 피가 나기도 한다. 붉거나 검은 점들은 모세혈관에 혈전이 형성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달리 티눈은 굳은살이 있고 가운데에 하얀 심지가 있다. 긁어냈을 때 정상피부가 나오면서 심지가 없다면 그냥 굳은살이다.
굳은살은 긁어내도 아무런 통증이 없다. 하지만 티눈은 심지가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수직으로 눌러보면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프다는 점에서 다르다. 사마귀도 보통 통증이 없지만 발바닥에 생길 때는 티눈처럼 아프다.
또 티눈이나 굳은살은 다른 부위로 전염되지 않지만 사마귀는 다른 부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문제는 사마귀인 줄 모르고 굳은살이나 티눈으로 생각해서 방치하다 다른 부위로 퍼진다는 점이다. 특히 발바닥이나 손톱 밑에 생기는 사마귀는 체중에 눌려 밖으로 커지지 않고 속으로 자라 티눈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티눈은 어떤 경우에 잘 생길까. 너무 딱딱하거나 꼭 끼는 신발 등을 신으면 발의 특정 부위가 계속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각질층이 두껍게 변형돼 티눈이 생긴다. 굳은살이 심해져 티눈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경우에는 요주의 대상이다.
티눈은 단단한 정도에 따라 단단한 티눈과 부드러운 티눈으로 나뉜다. 단단한 티눈은 발가락의 발등 쪽에 잘 생기고, 부드러운 티눈은 발가락, 특히 네 번째 발가락 사이에 가장 많이 생긴다.
티눈이 생겼을 때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서 불린다. 그런 다음 딱딱해진 부분을 잘라내고 ‘티눈 심’에 티눈 연고를 꾸준히 바르면 사라진다. 하지만 같은 부위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으면 언제든지 다시 티눈이 생길 수 있다.
티눈이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발에 잘 맞고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고, 밑창을 덧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가능하면 맨발이나 스타킹보다는 양말을 신어야 발에 생기는 마찰을 줄일 수 있다.
사마귀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사마귀나 물사마귀가 있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만진 물건을 통해 감염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어린이들에게 사마귀가 많았는데, 요즘은 어른들에게도 잘 생긴다.
아이들에게 잘 생기는 물사마귀의 경우에는 물사마귀가 있는 사람과 접촉하다 피부를 통해 직접 옮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부에 침투한 바이러스 때문에 눈에 띄는 사마귀나 물사마귀가 생기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손이나 몸에 사마귀, 물사마귀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면 해당 부위가 이미 2∼3개월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물론 그 사실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도 크다.
사마귀나 물사마귀 바이러스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두 사마귀나 물사마귀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피부의 가장 바깥층에는 각질로 이루어진 보호막이 있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여러 가지 자극이나 세균, 바이러스 등의 침입을 막는다. 또한 바이러스가 피부의 보호막을 뚫고 들어가더라도 몸속의 면역 시스템에 의해 대부분은 죽는다.
하지만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피부의 보호막이 약할 때는 물사마귀 바이러스가 피부에 쉽게 침입한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을 때는 피부가 가려워서 자주 긁는데, 이때 물사마귀가 있는 경우 긁으면서 물사마귀를 퍼뜨리게 된다. 아토피 피부염이 없더라도 습진이 있거나 상처가 난 부위에는 물사마귀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쉽다.
평소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사람도 사마귀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또한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빠는 경우, 손톱 주위를 뜯거나 손을 많이 긁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사마귀는 바이러스의 종류와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손발에 쌀알 또는 콩알만 한 크기로 생기는 심상성 사마귀를 비롯해 손발톱 주위에 생기는 조갑주위 사마귀, 손바닥에 생기는 수장 사마귀, 발바닥에 생겨 티눈으로 착각하기 쉬운 족저 사마귀 등이다.
또 사마귀 하면 볼록한 모양만 생각하지만 모양이 납작한 것도 있다. 얼굴에 잘 생기는 편평 사마귀의 경우 납작하면서 크기가 쌀알 정도로 작다. 때문에 사마귀라는 사실을 모른 채 오돌토돌한 느낌이 신경 쓰여서 자주 만지다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편평 사마귀는 대부분 피부색 혹은 옅은 갈색으로 긁은 자국을 따라 선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성기나 항문 주위에 생기는 성기 사마귀도 있다. 표면이 심하게 오돌토돌하고 닭벼슬과 비슷한 모양이다. 성기 사마귀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 한 번의 성접촉만으로도 50%가 옮을 수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마귀나 물사마귀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몇 년씩 걸리기도 해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또 사마귀가 발바닥에 생겨 걷거나 뛰는 데 불편한 경우, 사마귀가 계속 커지거나 번지는 경우, 가려움이 심한 물사마귀인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다. 전염성이 강한 성기 사마귀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 손·발톱 주위의 사마귀도 자극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방치하다 심하게 번질 수 있고, 심지어는 사마귀가 손·발톱 밑으로 파고 들어가 손·발톱 기형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사마귀는 긁다가 터지면 그 주위 피부에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사마귀를 없애는 방법은 전기로 태우는 소각법이나 액체질소로 얼려서 제거하는 냉동요법, 면역물질을 바르거나 복용하는 면역요법 등으로 다양하다. 요즘에는 레이저를 이용해서 치료하기도 한다. 냉동요법이나 레이저치료는 한두 번에 끝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국소 마취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전문가와 상의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이유득 강남이지함피부과 원장은 “사마귀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2~3개월이므로 어떤 방법으로 치료하든 몇 개월 동안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흔히 사마귀인 줄 모르고 약국에서 파는 티눈 약을 바르거나 손톱깎이로 잘라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했다가는 다른 부위로 계속 번지거나, 세균이 들어가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