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뇌졸중 하면 어지럼증이나 두통, 저림 등 확실한 전조증상이 있는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뚜렷한 증상 없이 다른 검사를 받다 우연히 발견되는 이른바 ‘무증상 뇌졸중’ 환자가 늘고 있다.
이미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발생했지만 이를 모르고 지내다 뇌 부위를 촬영한 CT, MRI 같은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무증상 뇌졸중에 해당된다. 예전보다 이들 정밀검사를 상대적으로 많이 하면서 발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뇌졸중에는 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분이 죽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뇌 조직 내부로 혈액이 유출되는 뇌출혈 두 가지가 있다.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김영인 교수팀에 따르면 건강진단센터를 찾은 성인 287명을 MRI로 검사한 결과, 이 중 29.3%인 84명에게서 무증상 뇌졸중이 나타났다(2002년 기준). 자각하지 못하는 뇌졸중 환자가 의외로 많다는 뜻이다.
무증상 뇌졸중은 전조증상이 뚜렷한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이미 뇌혈관에 이상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무증상 뇌졸중의 경우 대부분 3~15㎜ 이하의 작은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열공성 뇌경색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전종은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증상 뇌졸중 환자의 86%가 열공성 뇌경색이었다고 한다.
뚜렷한 증상이 없다고 해서 무증상 뇌졸중을 방치하다가는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아진다. 또한 치매로 진행될 위험도 2.3배 높아진다. 호주 뉴하우스웨일스대 연구팀이 호주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477명을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뇌에 작은 손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병률이 5배나 높다고 한다.
때문에 병원에서 무증상 뇌졸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적절한 치료와 함께 식습관, 운동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대로 두었다가 손발이나 얼굴 마비, 언어장애 같은 증상을 느낀 후에야 병원을 찾으면 치료가 훨씬 까다롭다.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 한 쪽 얼굴이 마비되거나 팔에 힘이 빠져 수저를 떨어뜨리는 경우, 심하게 어지럽거나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 시각장애가 나타나는 경우에는 뇌졸중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크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이런 증상으로 쓰러졌을 때는 119를 불러 늦어도 2~3시간 안에 응급실이 있는 종합병원으로 서둘러 가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사지마비와 언어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목 디스크 때문에 목, 어깨가 아프면서 두통까지 있어도 뇌경색일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옥준 교수가 지난 3년간 두통 환자 200여 명을 조사했더니, 두통 환자 10명 중 9명이 목 디스크가 원인이었고 이 가운데 75%의 환자가 무증상 뇌경색이었다.
병원으로 갈 때는 의식을 잃으면 삼키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청심환 등의 약은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눕힐 때는 어깨 밑 뒤 잔등에 베개 또는 타월 접은 것을 넣어 머리를 뒤로 젖히게 한다. 뒷목에 베개를 대면 호흡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입 속을 봐서 토한 것이나 의치가 있으면 바로 빼낸다.
병원에서는 뇌 촬영을 통해 확실한 진단을 내린 다음 3시간 이내에 도착한 환자라면 주사제로 막힌 혈관을 뚫는다. 하지만 주사제를 쓰지 못할 때는 카테터를 이용한 경동맥 혈전 용해술을 해야 하고, 6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효과가 없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뇌졸중 발병 후 3시간을 ‘황금시간’으로 부른다.
미리미리 뇌졸중을 막으려면 위험요인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는 고령으로 인한 동맥경화를 비롯해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흡연, 음주, 비만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스트레스나 과로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위험요인은 어느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이 겹칠 경우 발병률이 더욱 높아진다. 예를 들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당시 66세의 고령에 비만, 당뇨병,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같은 질환마저 갖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자신이나 부모님, 가족 중에 혹시 뇌졸중 위험군에 속하는 대상은 없는지 확인해 보자. 건강을 자신하다 갑자기 쓰러져 한순간에 삶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다.
△ 우선 나이가 많을수록 뇌졸중 발병률이 높아진다. 65세 이상에서는 10년이 지나면 발병 위험이 2배씩 높아진다. 물론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피할 수 있는 다른 요인에 신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 두 번째 고위험군은 고혈압 환자. 다시 말해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자신의 혈압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 당뇨병 환자 역시 요주의 대상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2배 정도 뇌졸중이 잘 생기고 사망률도 더 높다. 당뇨병이 있으면 특히 뇌의 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분이 죽는 ‘뇌경색’이 잘 생긴다.
△ 심장병 환자도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7배까지 뇌졸중이 잘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전종은 교수는 “특히 심방세동 같은 부정맥이 있거나 심장판막질환이 있다면 색전성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혈액 속에 지방질이 지나치게 많은 고지혈증 환자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2배 정도 뇌졸중이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다음은 흡연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서 2.5배 더 뇌졸중의 위험에 노출된다. 모든 흡연자들이 금연한다면 뇌졸중 환자 4명 중 1명은 막을 수 있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다.
△ 연말을 앞두고 술자리 모임이 많아지는 시기, 과음을 하는 사람도 뇌졸중에 주의해야 한다. 하루 한두 잔 정도 술을 마시면 심장병, 뇌졸중에 걸릴 확률을 낮추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나, 3잔 이상 마시면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일단 술자리에 가면 딱 한두 잔만 마시고 일어서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 마지막으로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 있는 사람이다. 복부비만 자체만으로도 뇌졸중의 위험요인이 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다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 예방수식 다섯
금주 어렵다면 절주라도...
뇌졸중 고위험군이 되지 않으려면 평소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좋을까.
1. 건강한 식습관을 들인다. 소금과 당분,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은 줄이고 신선한 채소,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2. 적어도 1주일에 3~4회 이상 운동을 한다. 걷기나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1회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한다.
3. 담배는 빨리 끊을수록 좋다. 혈관건강에도 백해무익한 것이 흡연이다.
4. 금주가 어렵다면 절주한다. 하루 한두 잔 이하로 마신다.
5. 당뇨병이나 심장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생겼는지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만약 이들 질환이 있다면 자신의 병력이나 비상시의 연락처 등을 쓰러졌을 때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다.
자료 제공=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아인슈타인 죽은 복부대동맥류
가장 큰 혈관 '파열' 태반은 손도 못 쓴다
복부대동맥이 터지면 절반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병원에서도 절반은 수술 전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천재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도 이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잘 걸릴까. 복부대동맥류의 위험인자는 고령, 남성,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혈관질환 등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남성과 흡연 두 가지다. 남성은 여성보다 4.5배나 걸릴 위험이 높다. 그리고 흡연을 하는 사람은 비흡연자보다 5.5배 발병률이 높다. 또한 동맥류는 유전되는 경향이 있어 가족 중에 동맥류가 있으면 주의해야 한다.
무증상 뇌졸중처럼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 문제. 명치와 배꼽 사이에서 심장처럼 뛰는 덩어리가 있다면 복부대동맥류가 의심된다. 보통 다른 검사 중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초음파 검사를 먼저 해서 동맥류가 보이면 CT 검사 등으로 확인한다.
정확한 검사 결과에 따라 파열 전에 수술을 하거나 또는 시간을 두고 관찰한다. 수술의 경우 강남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송석원 교수팀에 의해 국내 최초로 복부대동맥류 복강경 수술이 가능해졌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을지대학병원 신경과 전종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