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 ||
그런데 헬리코박터균은 소화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학술지 <헬리코박터>에는 얼마 전 헬리코박터균이 혈액 질환과 동맥경화증 등의 발병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만성피로, 두드러기, 편두통, 저신장, 불임, 식품 알레르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 증상들을 ‘이상한 헬리코박터 증후군’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헬리코박터균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것은 빈혈이다. 헬리코박터균이 철분을 소비하고 철분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 빈혈을 만든다. 실제로 철분제를 복용해도 빈혈이 잘 낫지 않다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받은 뒤에 빈혈 증상이 호전됐다는 보고가 있다.
헬리코박터균과 동맥경화증과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5만 8981명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한 한 국내 병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수치가 높았고,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았다. 뇌졸중 환자도 정상인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헬리코박터균이 만드는 염증 매개 물질이 성장호르몬의 기능을 떨어뜨려 성장기 어린이의 저신장을 유발하거나, 남성의 정자를 공격해 불임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직 가설이긴 해도 헬리코박터균이 40~80세 여성의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처럼 암과 관련된 것들도 나와 있다.
몸속의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데는 1~2주 정도 항생제, 위산 분비 억제제 같은 약을 복용하면 90% 정도 효과가 있다. 물론 치료 후 1~2개월 안에 검사를 통해 제균 여부를 확인한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도 모두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고 궤양이 있거나 위암 수술을 받은 경우, 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균치료가 필요하다.
식품 중에서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식품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다. 브로콜리는 위암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죽이는 설포라페인 성분이 들어 있다. 브로콜리 싹에는 브로콜리보다 설포라페인 성분이 20배나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