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지난달에 염색을 했다가 크게 고생한 직장인 J 씨(여·30). 서른이 된다는 생각에 조금 심란해하던 참에 기분을 바꿀 생각으로 처음으로 염색을 했다. 인터넷쇼핑몰을 검색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염색약을 구입했다. 사용설명서에는 염색 전에 반드시 패치테스트를 하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번거로워서 생략했다. 하지만 염색을 한 날에는 두피 가려움이 심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고생해야 했다.
이처럼 염색약을 사용한 후에 여러 가지 트러블로 고생했다는 이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환절기에는 피부가 다른 계절보다 민감해지기 때문에 더욱 눈과 피부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미용사의 50%가 소화장애, 안구건조, 피부질환 등 염색약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06~2008년 7월까지 염색약의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부작용 사례로는 피부발진·진물·염증이 22%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부종(17.2%), 가려움증(17.2%), 안구통증·시력손상·이물감(11.4%)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런 부작용 보고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염색약을 만드는 데 암모니아 등 여러 가지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선 암모니아 성분은 분자량이 작아서 발색 효과를 높여주는데, 냄새가 불쾌해 구토나 두통을 유발하기도 하고 두피에 쉽게 스며들어 두피 트러블을 만든다.
또한 암모니아 성분이 들어 있는 염색약을 사용하면 눈이 따갑거나 시린 경우가 많다. 실제로 머리염색 후에 눈의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는 이들도 종종 있다.
이유득 강남이지함피부과 원장은 “눈에 염색약이 직접 들어가면 눈꺼풀 염증이 생기거나 각막이 짓무르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통증과 함께 충혈, 눈물, 시력저하 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때는 바로 안과를 찾아 치료해야 통증이 사라지고 시력도 회복된다. 하지만 염색약에 많이 노출되거나 당뇨병 등이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훨씬 커진다. 드물기는 해도 암모니아가 체내로 흡수되는 경우에는 폐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염색약 속의 아마이드 계열 성분이 두피를 통해 체내에 흡수되면 방광, 신장 등에도 해가 된다.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염색약 속의 알레르기 유발 성분으로 발표한 것은 p-페닐렌디아민, m-아미노페놀, p-메칠아미노페놀, 프로필렌글리콜 등 7개 성분이다. 이들 성분이 들어 있을 때는 반드시 피부테스트 실시에 대한 경고 문구를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흔히 PPD로 부르는 p-페닐렌디아민은 요주의 성분으로 꼽힌다. 피부에 닿으면 심한 염증을 일으키고, 피부 진피층 아래 있는 피하세포와 혈관까지 흡수되면 신장, 간에도 해롭다. 때문에 염색약에 들어가는 PPD 성분은 3% 이하로 넣도록 제한하고 있다. 시판 중인 염색약에는 PPD 성분이 들어 있고, 특히 새치용 염색약에는 대부분 들어가므로 잘 확인해야 한다.
물론 같은 양의 염색약에 노출되더라도 체질이나 과민반응, 기타 환경 등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똑같은 양의 담배를 피워도 폐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염색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으려면 염색 전에 반드시 패치테스트를 해야 한다. 염색약을 조금만 섞어서 팔 안쪽이나 귀 뒤쪽에 동전 크기로 발라 48시간 동안 피부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다. 패치테스트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용이 생겨도 치료비 등을 보상받기 어렵다고 한다.
염색약은 보통 1제와 2제가 들어 있다. 이 1제와 2제를 섞어서 모발에 바르기 전에 잠시 그대로 둔다. 이렇게 하면 암모니아가 어느 정도 날아가고, 염색을 하는 동안에는 가능하면 눈을 감고 있는다. 염색 후에 식염수 등으로 눈을 씻어주고, 물을 많이 마셔 소변으로 노폐물이 빨리 배출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염색약이 눈에 들어갔다면 통증이 없더라도 물로 씻고 바로 병원으로 간다.
또한 요즘에는 암모니아가 들어 있지 않은 염색약도 나와 있으므로 이런 제품을 고르는 것이 낫다.
염색약을 고를 때 너무 저가만 따지기보다는 두피를 보호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좋다. 저가 제품 중에는 납, 망간 등 등 유해 중금속 성분이 많은 것도 있다. 이들 중금속은 몸속에 쌓이면 쉽게 배출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납은 적혈구를 파괴하고 위장과 신경, 근육계의 장해를 유발한다. 망간이 쌓이면 두통이나 근육통, 경련, 정신착란 등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프로필렌글리콜 등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은 피한다. 대부분 성분 표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이유득 강남이지함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