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100대 피부질환 통계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 피부염’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2007년 기준).
액세서리 때문에 생기는 알레르기 피부염을 금속 알레르기라고도 한다. 액세서리에 사용되는 금속 부분은 어느 한 가지 금속이 아니라 주범은 니켈이나 크롬, 수은, 코발트 등의 중금속 성분이다. 니켈의 경우 반짝이는 광택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액세서리와 안경, 시계, 휴대폰 등을 만드는 데 들어간다. 예를 들어 금 제품의 경우 함량이 높을수록 무르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합금을 한다.
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은 “특히 금속 알레르기의 가장 큰 원인은 니켈”이라며 “니켈은 직접적인 피부 접촉에 의해 피부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수혈이나 흡입 등의 경로를 통해서도 피부염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니켈 같은 유해 금속 성분이 몸속으로 흡수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물질로 기억, 나중에 다시 같은 금속과 접촉할 때 가려움증 같은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체질에 따라 같은 양의 니켈에 노출되더라도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 사람도 있다. 또 여러 번 액세서리를 착용한 후에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만 액세서리를 착용해도 바로 증상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한 가지, 휴대폰을 오래 사용해도 금속 알레르기가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미국 피부과학회 연구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장시간 사용하면, 얼굴이나 귀 부위에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휴대전화 버튼에도 니켈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액세서리나 안경 등을 새로 바꾼 후에 접촉되는 부위가 가렵고 따가운 느낌이 든다면 금속 알레르기가 의심해 봐야 한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으면 진물이 날 뿐만 아니라 염증이 퍼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피부가 두꺼워지고 색이 진해지는 등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원인이 되는 액세서리를 바로 빼는 것이 좋고, 얼음찜질로 가려움증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진물이 나고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등 증상이 빨리 가라앉지 않는다면 피부과를 찾아가야 한다. 패치테스트를 통해 양성 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밝혀지면 가능하면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이와 함께 가려움증을 억제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나 항알레르기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또 염증이 심할 때는 스테로이드제를 쓰는 것도 고려한다.
금속 알레르기가 걱정된다면 18K 이상의 금이나 은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고르는 게 좋다. 하지만 화이트골드는 금과 니켈의 합금이므로 피부가 민감하다면 피해야 한다. 화이트골드와 백금을 같은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화이트골드는 금에 니켈, 아연, 주석 등을 섞은 합금이므로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인체에 무해한 백금은 순금보다도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액세서리에 PT999(순백금), PT900(90%백금), PT500(50%백금) 같은 표시가 보이면 백금 제품이다. 하지만 화이트골드로 만든 제품은 14K, 18K라는 표시가 되어 있다.
직접 피부와 닿는 속옷의 금속 장식이나 브래지어 후크 등에도 니켈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속옷을 고를 때는 금속 고리나 장식이 없는 것이 낫고, 금속 부분이 있더라도 코팅된 것을 고른다. 금속에 민감한 사람은 브래지어 컵 속의 철심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기기도 한다. 안경이나 선글라스 역시 니켈이 들어 있지 않은 테를 고르는 것이 좋고, 휴대폰의 경우 커버를 사용하거나 금속 부위가 노출되지 않은 것이 낫다.
또한 처음에는 착용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제품도 금속의 도금이 벗겨지면서 알레르기 피부염을 유발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시계나 벨트장식, 버클 등의 도금이 벗겨진 것은 피해야 한다. 계절상 여름에는 속옷을 생략하고 얇은 윗옷만 입는 경우가 많아 벨트 버클 때문에 금속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이 입는 청바지의 금속단추 때문에 알레르기 피부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꼭 끼는 청바지의 경우 배꼽 주변 땀에 니켈 같은 금속 성분이 녹아나올 수 있다. 참고로 유행하는 빈티지 청바지를 구입했을 때는 깨끗하게 빨아 입는 것이 좋다. 오래 입은 것처럼 군데군데 물이 빠진 빈티지 청바지는 탈색제 등을 사용해 알레르기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귀를 뚫을 때는 알레르기 체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나 알레르기 체질이 의심될 때는 신경 써야 한다. 귀걸이 속의 니켈 성분이 피부 속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염증이 생겼는데도 방치하다가는 귀를 뚫은 자리가 부어 몽우리가 잡히기도 한다. 금속 알레르기가 걱정된다면 적어도 1개월 정도는 스테인리스 성분이나 순도가 높은 금 귀걸이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와 함께 귀를 뚫을 때는 안전한 곳에서 소독이 잘 된 기구를 이용해야 한다.
비를 맞거나 땀을 흘린 다음에는 금속 액세서리와 접촉된 부분을 잘 씻어내야 한다.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녹아서 피부염을 만들 수 있다. 액세서리 역시 깨끗이 씻어서 말린 다음에 다시 사용하는 게 좋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