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단 단체사진.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그린닥터스는 온종합병원·정근안과병원과 함께 지진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경주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어루만졌다.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28일 오후 2시부터 이번 지진 진앙지로 확인된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내남보건지소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쳤다.
봉사단에는 온종합병원 정근 병원장(안과전문의), 최경현 진료원장(외과전문의), 김상엽 트라우마센터장 등 의사들과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의료봉사활동 실시 모습.
지난 12일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5.8 규모의 지진 이후 최근까지 수백차례 여진이 계속되면서 진앙지 주변 주민들이 겪는 지진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심했다.
“팔십 평생 이런 무서운 경험은 처음이다”, “밤마다 여진이 올까 잠을 잘 수가 없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어지러워서 생활하기 힘들다”란 말들이 이날 진앙지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이 호소한 증상들이다.
진동이 없는데도 땅이 흔들리는 지진멀미 증상, 수면이 불규칙해져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작은 소리에도 쉽게 겁을 먹거나 지진의 충격적인 광경이 머릿속에 떠올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내남면 명계리에 산다는 올해 여든의 할머니는 그날 지진에 놀라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함께 온 조카가 의사에게 설명하는 동안에도 허공만 멍하니 응시했다.
봉사활동 장면.
내남면 박달리 80대 할아버지도 할머니 못지않게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이 할머니는 “그날 지진만 떠올리면 두렵다. 언제 또 지진이 올까 잠을 잘 수가 없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라서 어찌해야 바를 모르겠다”며 전전긍긍했다.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70대 할머니도 자신을 못마땅해 했다. 세상살이를 정리할 나이라 평소 죽음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여겼는데 두 번의 강진으로 자신의 나약함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씁쓸해했다.
이날 그린닥터스봉사단은 모두 200여명을 치료했다. 김상엽 센터장은 “어차피 지진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면 최대 3개월까지 걸린다. 수면장애나 두려움등을 해소하려면 가족과 접촉을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단 며칠이라도 함께 사는 것이 좋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한 끼 식사를 함께 하든가, 전화연락을 자주 가짐으로써 혼자 버려진다는 느낌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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