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라 임신과 출산은 지극히 사적인 사안이지만 ‘이화여대 학점 특혜’ 논란 풀 수 있는 단초
- 독일 ‘비덱 타우누스’ 호텔 전 주인 “그 집에서 엄마와 어린 애, 할머니가 같이 살았다” 주장
- 지난해 승마선수 남자친구 신 아무개 씨와 비밀결혼 후 독일서 함께 도피행각... 출산설 방증
[일요신문]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실제로 국정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청와대와 여의도 정가를 순식간에 블랙홀로 빠뜨리고 있다.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직접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지만 정치권에선 ‘탄핵’ 발언이 쏟아지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도 또 다른 뇌관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선 정 씨는 최근 임신 출산설에 이어 비밀결혼설까지 불거지고 있어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씨의 임신 출산 의혹은 ‘이화여대 특혜 논란’ 열쇠를 풀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최순실에 이어 또 다른 권력형 게이트로 진화하고 있는 정유라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추적했다.
좌 - 정유라 씨 (연합뉴스) / 우 - 최순실 씨 (한겨레)
정유라 씨의 임신 출산설은 SNS 상에서 불거졌다. 지난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정유라 씨(개명 전 이름 ‘유연’)의 페이스북 글이 캡쳐 돼 올라왔다. 그는 글을 통해 2015년 1월 8일 초음파 사진을 공개하며 임신 25주차(6개월)가 됐다고 밝혔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정 씨는 18세에 임신을 했고 이화여대 재학 당시 출산을 했다는 뜻이어서 논란을 예고했다.
해당 글에서 정 씨는 “웃고 있는 내 아들, 벌써 하늘에서 주신 천사가 25주나 되었어요. 더 이상 숨길 마음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서 이제 밝히고자 해요”라며 “당연히 좋지 않은 시선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하고 읽을 것도 많을 것이란 것도 잘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여기서 ‘좋지 않은 시선’이란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모 또는 어린 나이의 임산부를 바라보는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제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 어떤 짓도 할 감수가 되어 있고 이 세상에서 제 아들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말도, 부모도, 모두 다 저버리더라도 아이를 살리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말도, 부모도’ 라는 대목은 임신으로 인한 승마 선수로서의 진로 문제, 그리고 모친 최 씨와 부친 정윤회 씨 와의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요신문>은 23일 해당 SNS 글을 접하고 기사화 여부를 고민했다. 하지만 임신 출산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고 정 씨가 올린 글 외에 직접적인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사를 보류했다. 이후 보강 취재를 통해 정 씨가 초음파 사진을 촬영한 곳으로 추정되는 병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
취재 결과 정 씨가 초음파 사진을 찍은 병원은 강남구 압구정에 위치한 A 유명 산부인과로 최순실 씨 소유 빌딩 주소지인 신사동 xxx-1번지와 지근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사진= 정유라 씨 페이스북 캡쳐
24일 기자가 A 병원을 방문한 결과, 이 병원은 산부인과, 안과, 성형외과 등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병원으로 정 씨가 이 병원 안과를 찾은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고, 피보험자는 ‘최순실’이었다. 정 씨의 산부인과 방문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압구정동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며 그곳에서 지내온 정 씨가 임신 여부 확인을 위해 이 병원 산부인과를 찾았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씨의 임신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는 2014년 11월 말에 임신한 셈이다. 정 씨의 출생일은 1996년 10월 30일로 만약 그가 2014년 11월 말에 임신했다면 임신 당시 나이는 19세(만 18세)가 된다.
정 씨의 임신과 출산은 지극히 사적인 사안이다. 하지만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이화여대 학점 특혜’ 논란의 열쇠를 풀 실마리가 될수 있고,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는 최 씨 모녀 사건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정 씨가 지난해 1월 공개한 6개월 초음파 사진이 사실이라면 이화여대 입학 당시(3월)엔 만삭의 몸이었고, 5월 전후로 출산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삭과 출산한 몸으로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기엔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정 씨는 입학 첫 학기에 낮은 출석율로 인해 학사경고를 받았다. 이후 정 씨는 2학기에 휴학했고, 올 해 1학기에 복학했다.
정 씨는 대학 측에 불출석 사유로 승마 훈련과 대회 참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씨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1년간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정 씨의 낮은 출석률에 만삭과 출산이 그 배경이 됐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출산과 산후조리 등을 이유로 학교 출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실제 정 씨는 이화여대 재학 당시 출석 일수를 제대로 채우지도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B 학점을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에 휘말렸다.
정 씨의 출산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21일 SBS <뉴스8> 보도에 따르면 독일 ‘비덱 타우누스’ 호텔 전 주인은 “(최 씨가) 이 호텔을 인수한 즈음에 다른 두 집을 샀다. 그 집에서 엄마와 어린 애, 할머니가 같이 살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증언에서 정 씨와 그의 아들, 그리고 최 씨가 같이 지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며 ‘정유라 출산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JTBC <정치부회의>
사진= JTBC <정치부회의> 캡쳐
뿐만 아니라 지난 18일 <매일경제>는 비덱의 주식은 최 씨가 70%, 정 씨가 30%씩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주주 항목에서 정 씨의 영문명을 ‘Mrs. Chung, Yoora’라고 밝혔다. 정 씨의 이름에 결혼한 여성을 뜻하는 호칭 ‘Mrs’가 사용된 것이다. 이 또한 정 씨의 출산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인 셈이다.
정 씨의 임신 출산설은 급기야 비밀결혼설로 확전됐다. 24일 일부 언론들은 지난해 말 정 씨가 독일 현지에서 고등학생 시절 승마를 함께 한 것으로 드러난 신 아무개 씨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승마 선수인 신 씨는 과거 “돈도 실력이야”라는 내용으로 논란의 일으켰던 정 씨의 페이스북 글에서 처음 등장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정 씨는 “말 타는 사람 중에 친한 사람 없어. 나 친한 사람 딱 네 명 있어. 신OO, 임OO, 에OO, 성OO”라고 밝혔다. 신 씨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5년 12월 12일 결혼했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사진= 정유라 씨 페이스북 캡쳐
22일 JTBC는 정 씨가 최근까지 머물렀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슈미텐 그라벤비젠베크가 주택에서 버려진 신 씨의 한국 대형마트 회원증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점을 미뤄볼 때 신 씨는 현재 정 씨와 함께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 신 아무개 씨 페이스북 캡쳐
일각에선 비선실세 실체가 드러난 최순실 씨와 가까운 사이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 씨를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까지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학생이 임신·출산을 하면 2년 이상 휴학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여성들에게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정 씨가 그 해 5월 아이를 출산했다는 가정에서 박 대통령이 특별히 추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최 씨 모녀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언론의 눈을 피해 독일 비덱 호텔을 정리하고 잠적한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정 씨는 지난달 말 이화여대를 돌연 휴학했지만, 이화여대 측은 정 씨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 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국을 태풍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정 씨의 임신 출산에 이은 결혼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국은 정점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