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이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 하고 있다. 2016.10.31 임준선 기자 lim@ilyo.co.kr
이날 최 씨가 타고 온 차량에는 기사로 추정되는 남성이 타고 있었다. “최 씨의 변호사 사무소(법무법인 동북아)에서 나온 차량이냐?” “최 씨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답변하기 곤란하다, 제가 답변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어디서 출발했나?”는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서울에 있는 호텔에서…”라고만 짧게 답변했다. 실제로 최 씨는 지난 30일 입국 이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차량은 로펌에서 이용하는 차량임이 확인됐다. 다만, 최 씨가 당초 선임했던 법무법인 동북아가 아닌 법무법인 로월드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차량의 앞 유리에는 법무법인 로월드와 이 법무법인이 위치해 있는 빌딩 이름이 적힌 스티커가 부착돼 있었다.
31일 최순실이 타고 온 차량에 ‘법무법인 로월드’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2016. 10. 31.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법무법인 로월드는 이기배(65‧사법연수원 7기), 이홍권(64‧사법연수원 9기) 대표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로펌이다. 이기배 변호사는 대검찰청 공안부장, 법무부 법무실장과 광주지검‧수원지검에서 지검장을 역임했다. 특히 2013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변호했던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홍권 변호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쳤다. 지난 2012년 교육감 선거 후보자 매수 혐의로 법정에 섰던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항소심까지 변호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들 법무법인이 위치한 건물인 ‘오퓨런스’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사태에서 지속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연관이 있다. 우 전 민정수석은 2013년 5월 서울 서초동 오퓨런스 건물 11층에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그의 사무실 바로 아래층인 10층에는 홍만표 변호사의 법무법인 ‘조홍’이 위치해 있었다.
우 전 민정수석은 수임계를 내지 않고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기소)의 변론을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맡았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던 바 있다. 변호사 사무실을 낸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약 2년 간 홍 변호사와 함께 활동해왔다는 소문도 법조계 안팎에서 들려왔다. 더욱이 우 전 민정수석은 올해 정치계를 뜨겁게 달궜던 ‘정운호 게이트’와 ‘넥슨 게이트’에 모두 이름을 올렸으며, 심지어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조차 최 씨의 긴급 귀국 등이 “(우 전 민정수석이)개입한 시나리오”라는 주장이 정치권의 입을 타고 흘러 나오기도 했다.
로월드 측은 최 씨 사건 수임에 대해 명확한 답변은 피했다. 다만 기존 최 씨의 사건을 수임한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변호사는 31일 오후 3시 30분경 예정대로 최 씨 수사에 입회하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에게 “언론의 집중 조명 때문에 최 씨를 밀착 접견하지는 못했다. 검찰에서 시간이 수용 되는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변호를 지속할 것을 밝혔다.
한편 이날 최 씨의 검찰 수사에 앞서 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0) 더블루케이 이사가 1박 2일에 걸친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그는 최 씨와의 만남을 “2012년 말 박 대통령의 가방을 만들면서 우연찮게 알게됐다”고 밝히고, 언론에 공개된 태블릿 PC에 대해서는 “내 것이 아니고 최 씨가 사용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고 짧게 답변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