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소사구 괴안동에 위치한 새소망의 집 전경. 사진출처=새소망의 집 홈페이지
불우 아동들을 거둬 무사히 성장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했던 전임 원장들의 헌신 덕분에 새소망의 집은 2005년 ‘전국 최우수시설’에 선정됐고, 2007년과 2008년, 2010년에는 전국 아동복지시설 평가 경기도 최우수시설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랬던 이곳의 문제가 하나둘씩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노봉연 원장이 돌연 해임되고 새로운 원장이 취임되면서부터였다. 당시 해임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시설 안팎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재단인 월드선교유지재단은 원장 교체를 강행했다. 한 지역 아동복지기관 관계자는 “교체 얘기가 나왔던 게 2011년 3~4월경인데 노 전 원장이 재단의 지시에 불복했다는 이유로 한 달 만인 2011년 5월에 해고 통지를 받았던 걸로 알고 있다. 당시에 시설 아동들이 단체로 반발했지만 소용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새소망의 집은 운영 비리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관련 기관의 개선명령을 받기 시작했다. 2013년 10월에는 시설 아동의 용돈통장을 횡령한 혐의가 적발됐고, 2015년 12월에는 후원금 사용결과 보고 누락 등이 발견돼 행정처분을 받았던 것. 새소망의 집은 올해 17억 4500여 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으며 매년 2억 5000만 원 상당의 후원금을 받고 있다.
적발된 혐의 외에도 민원을 통해 확인된 비리 사실만 식대보조금 비리, 직원 채용 비리, 사회복지사 현장실습 비리, 무자격자 생활지도원 업무 수행 비리 등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국가권익위원회에서 3건의 비리를 적발했다.
부천 소사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수사관 20여 명을 투입해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현재 원장직을 맡고 있는 이 아무개 씨(49)의 집무실과 사무실, 아동들이 이용하는 생활관 등을 압수수색해서 보육일지, 상담일지, 회계 서류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적발이 3차에 해당하는 만큼 경찰 수사 등을 통해 보조금 부정수급 사실이 확인될 경우 새소망의 집은 시설장 교체 행정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경찰은 이와 함께 새소망의 집에서 지난해 발생한 아동간 성학대 사건도 함께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처음으로 외부에 알린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이 시설 원생인 남자 고교생이 남자 초등학생을 수차례에 걸쳐 성학대한 사실을 시설 측이 고의로 은폐했다고 한다. 여기에 미성년자인 여학생이 남학생 8명과 시설에서 몇 개월에 걸쳐 성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도 추가 고발됐다.
이 같은 성 관련 사건은 2011년부터 제기됐던 문제였으나, 관계 기관이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아동양육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새소망의 집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신문고 등을 통해 “새소망의 집과 운영재단은 아동복지법 위반, 건축법 위반, 조세포탈 위반, 부당해고 등은 물론이고 성추행‧성폭력 사건까지 자행되고 있다”라며 “관계 기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도 오히려 담당 공무원은 ‘조용히 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주는 생계비를 끊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밝혔다. 내부 고발자 역시 새소망의 집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2년 전부터 부천시에 문제제기를 해왔으나 시 차원의 해결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천시 관계자는 “민원 접수 후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서 조사를 통해 시가 직접 개선 명령을 내려왔다. 해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민원인의 억측이며 성 관련 사건은 이번에 처음 듣는 것”이라며 “두 차례 청문회를 통해 밝혀지는 사회복지사업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 후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며 향후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설 폐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새소망의 집 원장을 맡고 있는 이 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원장으로 취임해 이제 겨우 1년 6개월 차인데 전임 원장들의 비리까지 내가 책임지게 됐다”라며 ”시에서 보조금 부정수급 등이라고 주장하는 부분 역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전후사정을 설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성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이미 시설을 퇴소한 남학생이 벌인 짓으로 내가 취임하기 이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자세한 내막은 몰랐다. 다만 지난해 발생한 여학생과 남학생 간 성관계 사건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경찰 신고보다는 심리상담과 남녀 아이들 분리를 통해 시설 차원에서는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새소망의 집에 대한 행정처분은 오는 18일 열리는 운영재단인 월드선교회운영재단의 청문회 결과에 따라 오는 20~21일 이뤄지게 된다.
한편 새소망의 집은 가수 김장훈이 1998년부터 후원하던 곳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6월 기준으로 현재 시설 내에 거주하는 아동은 미취학 아동 6명을 포함해 남학생 40명, 여학생 22명으로 총 62명이다. 이들 가운데 시설 재원 기간이 5년 이상인 아동들이 31명에 달한다. 대다수가 아동학대나 빈곤한 가정 형편으로 입소한 것으로 만일 시설이 폐쇄된다면 당장 아동들이 머물 곳이 없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아동 성폭력 사건 등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시설 폐쇄도 고려하고 있지만 아동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에미루고 있다. 현재는 경기도내 보육시설과 그룹홈에 아동들을 이동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