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일 선임된 로버트 팰론 신임 외환은행장은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그는 외부 행사는 물론 행내에서 부서순방을 할 때도 통역 수행원 등 대규모 군단을 이끌고 다닌다.
‘한국말 안 통하는’ 행장으로 인해 외환은행에는 통역반이라는 새로운 조직마저 생겨났다. 조직도상 외환은행 임원실 소속인 통역반은 행내 여직원 3명과 새로 뽑은 여직원 2명 등 5명으로 짜여져 있다.
팰론 행장이 은행에 출근하면 영어에 능통한 비서실 직원이 항시 붙어 다니고, 각종 임원회의나 홍보실 회의에도 영어회화를 잘하는 사람이 우대를 받는다.
한국말 못하는 행장을 위한 특별대우는 이뿐이 아니다. 부서별 현황, 임원회의 내용 등의 보고서 역시 영문과 국문 두 종류로 작성된다. 이렇다 보니 팰론 행장의 ‘입과 귀’가 되기 위해 동원되는 사람들만 해도 20명에 달할 정도다.
이에 대해 금융계 인사는 “계열사 직원들을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무더기로 잘라 내면서 행장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직을 새로 만들고 인력을 대거 동원하는 것은 어딘지 앞뒤가 안 맞는 경영행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