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최돈용,김영일 | ||
하지만 불법 대선자금 수사 이후 결국 두 사람의 좋은 인연은 ‘악연’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검찰 수사 및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최 전 의원은 “당시 사무총장인 김영일 전 의원의 지시에 따라 기업체에서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김 전 의원대로 “최 전 의원 등에게 모금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결백’을 호소해 왔다. 밖에서 보자면 두 사람이 엇갈린 진술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일까. 옥중에서 최 전 의원과 ‘틈’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김영일 전 의원이 최근 ‘최 전 의원과의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심정의 일단을 내비쳤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최완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 이날 김, 최 두 전직 의원은 한나라당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 사건의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부회장 변호인측이 ‘최 전 의원에게 삼성에 대한 추가 모금을 지시한 부분’을 연이어 추궁하자 “최 선배를 더 이상 탓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날 변호인들의 신문이 계속 이어지자 김 전 의원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침묵의 화해 시도’가 깨지는 순간이었다.
“최 선배가 대선 당시 내가 삼성의 추가 모금을 지시한 것으로 진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나에게는 대학 7년 선배이자 이회창 전 총재와는 경기고-서울대 동기동창인 최 선배에게 어떻게 불법 자금을 모아오라는 얘기를 전할 수 있겠나.”
뒤이어 증인으로 나온 최 전 의원은 ‘후배’ 김 전 의원의 착잡한 심정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김 전 의원으로부터 삼성 추가 모금 지시를 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