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3년 설립,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케넬 클럽은 영국 왕실의 지원을 받으며 불독과 그레이하운드(영국), 셰퍼드(독일) 등 세계적인 명견 1백96종만 등록될 정도로 매우 까다롭고 엄격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케넬 클럽 문앞에 가기까지의 일등공신이 바로 삼성 그룹 이건희 회장이라는 점이다.
이 회장의 진돗개에 대한 사랑과 노력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90년대 이후부터는 세계적으로 진돗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무려 매년 1억달러 이상의 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룹 내에는 진돗개 홍보 전문 팀도 있을 정도.
삼성에버랜드 국제화기획실 최윤주 팀장은 “케널 클럽 등록은 당초 2006년쯤으로 예상했는데, 일이 빨리 진척돼 이르면 내년 2월 심사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겼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 회장과 진돗개에 얽힌 얘기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본 유학을 가는 등 혼자 생활에 익숙했던 이 회장은 유년 시절 개가 더없는 친구였다. 이때는 주로 외국산 애견들을 키웠다. 하지만 기업 활동을 하면서 ‘우리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한 그는 60년대 말 무렵부터 진돗개에 푹 빠졌다.
지난 89년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5년 전에 직접 진돗개애호협회를 만들어서 세계견종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왜냐하면, 당시 진돗개 새끼가 5천~6천원 정도 했는데, 진돗개보다 전혀 나을 것도 없는 외국산 셰퍼드 새끼는 10만~15만원이나 하는 거다. 그래서 ‘이 진돗개 새끼가 10만원이 되면 나의 목적이 끝난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이 회장은 <중앙일보> 이사로 있던 69년께 직접 진도에 내려가서 2박3일을 돌아다닌 끝에 진돗개 30마리를 사들였다. 이 회장은 순종을 고르기 위해 30마리를 교배시켜 1백50마리까지 늘렸다고 한다.
1백 마리가 훨씬 넘는 개를 키우다보니 에피소드도 많을 수밖에.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유럽 쪽에서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다루면서 국내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려 하자, 이 회장은 영국동물보호협회 회원들을 대거 초청해 자택과 에버랜드의 개 사육 현장을 직접 보여줘 잘못된 인식을 바꾸게 한 적도 있었다.
이 회장은 또 97년 펴낸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개를 기르다 보면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