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왼쪽), 김대중 전 대통령 | ||
이심전심일까.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대통령 사이에서 오가는 간접대화의 내용과 시그널이 심상치 않다. 완전히 ‘노창김수’(盧唱金隨, 노 대통령이 부르고 김 전 대통령이 답한다)다. 상대에 대한 적극평가들이 쏟아진다. 불과 한 달 안쪽에서 벌어진 얘기다. 참여정부 출범 후 대북 송금 특검으로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현 정부와 김 전 대통령측의 관계가 어느 정도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DJ정부에서 `햇볕 전도사’의 역할을 맡았던 임동원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세종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일이다. 세종재단은 지금도 이종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이 연구원직을 지니고 있는 세종연구소를 갖고 있는 곳이어서 `이종석-임동원 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되면서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을 연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김 전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궁극적인 화해의 길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여권으로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연내에 처리해야 하고, 중기적으로는 내년 4월로 예상되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과반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2006년 지방선거와 개헌 논의에 대비해야 하는데, 이들 세 가지 모두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풀기 어렵다. 여기에 총선 후 두 차례의 재보선 패배에서 보듯 여권의 지지기반인 호남, 특히 광주 전남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도 참여정부의 집권 3기 출범을 앞두고 선결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또 김 전 대통령측으로서도 평생의 업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라는 대업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또 이를 통한 국제무대의 세계평화 지도자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노무현 참여정부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구체적인 결실이 노무현 정부가 최근 임동원씨를 세종대 이사장에 임명한 사건이다. 임 이사장은 DJ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 등을 역임한 `대북햇볕정책의 산 증인’이다. 특히 임 이사장은 2002년 4월 당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특사로 방북하는 등 북한 고위당국자들과 개인적 신뢰가 깊은 거의 유일한 남측 인사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풀기 위한 최대관건 중 하나는 북한당국의 한국정부에 대한 신뢰 여부에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당국의 불신이 김영삼 정부 이후 최고조에 달해있다고 지적한다. 대북송금특검법을 통과시키고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을 막은 현 정부를 김 주석 사망시 조문파동을 일으킨 김영삼 정부와 마찬가지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즉 남북관계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리측 최고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DJ의 힘을 빌 수밖에 없으며, 거꾸로 김 전 대통령은 대업 완수를 위한 화답이 요구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노창김수’는 결국 대북특사에서의 두 사람의 협조관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미 대북특사 논의설이 정치권 안팎에 널리 퍼져 있다.
허소향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