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경 충격적인 내용의 시사회가 끝나고 흡연이 가능한 출구 계단 앞으로 영화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영화배우 봉태규도 그들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세 편 가운데 두 편에 주연으로 출연한 바 있는 봉태규는 이번 영화에서도 얼굴을 비친다. 국군서울지구병원 초병으로 단 한 장면에 출연하는 그를 엔딩 크레딧은 ‘우정출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출연진이 철통 같은 경호를 받는 가운데 유일하게 출구를 지킨 봉태규는 엉겁결에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가 담배를 피우던 출구 계단은 시사회가 열린 용산 CGV의 유일한 출구로 수많은 영화인들이 극장에서 빠져나오는 도중이었다. 그리곤 입구에 나와 있던 유일한 출연배우(비록 우정출연이지만) 봉태규에게 격려의 인사를 남기며 극장을 떠났다. 영화배우 송강호가 “영화 잘봤다.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범죄의 재구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은 “너는 정말 대단한 명작에 출연한 거야”라며 등을 두드려 준다.
영화를 직접 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봉태규라고 착각할 만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봉태규도 영화의 완성도에 만족감을 나타내면서 정작 겉으로는 “짜증난다”는 표현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자신이 출연했던 임 감독의 전작인 <바람난 가족>을 언급하며 그는 “<바람난 가족>도 이렇게 폼나게 찍어줬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라며 투정어린 행복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