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일본 도쿄 시부야 주택가에서 라디오 등 금품을 훔치다 체포돼 3년 6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3월 귀국한 ‘대도’ 조세형씨가 또 다시 가정집을 털다 쇠고랑을 찼다. 지난 3월25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치과의사 집에 잠입해 1백65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려다 출동한 경찰에 검거된 것.
일본에서 형을 마치고 귀국한 뒤 조씨는 자숙하는 의미로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고 집도 혜화동 빌라에서 면목동의 작은 단독주택으로 옮기면서 노인 봉사활동에 매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숙명’처럼 예전의 도둑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아내 이은경씨가 아예 집에 ‘기도방’까지 만들어 그를 참회의 길로 인도하려 했으나 조씨는 결과적으로 아내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그를 잘 아는 주변 인사 대부분은 이번 절도 행각 역시 도벽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집을 세 채나 보유하고 있는 아내가 자동차백미러 사업을 정리한 돈으로 노래방과 레스토랑을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그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굳이 담을 넘으려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씨가 소년범이던 시절부터 그와 인연을 맺은 최중락 전 경찰청 강력과장(77)은 마약만큼 끈기 어려운 ‘습벽’을 범행 동기로 단정했다. 최씨는 “조씨가 일본 밀항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에 나섰다고 말한 것은 거짓말”이라며 “일본에서 돌아온 이후 ‘역시 조씨는 도둑’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성토와 손가락질에 대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하려는 과정에서 습벽이 도진 것 같다”고 말했다.
98년 무료변론을 통해 수감생활 15년째인 조씨를 교도소에 풀려나게 했던 엄상익 변호사도 “조씨는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에도 마치 영웅처럼 붕 떠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답답해했던 그로서는 남의 집을 담을 뛰어넘는 게 최선이자 유일한 탈출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