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 재판이 종결됨에 따라 세간의 시선은 다시 지 씨의 입으로 향하고 있다. 그가 상고심 진행과정에서 지인 등을 통해 자신의 범행에 배후가 있다는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제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감생활을 해야만 하는 지 씨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배후설’의 실체를 폭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얼마 전 기자가 면회했던 지 씨의 모습과 그가 보내온 서신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지 씨가 당장 자포자기식 폭로에 나설 가능성은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월 기자와 만났을 때 지 씨는 한결 마음이 차분해진 모습이었다. 지 씨 역시 “당뇨 등으로 건강은 상당히 좋지 못하다”면서도 “(마음만은)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당시 그는 박 전 대표 사건에 대해 먼저 “내가 잘못한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 분(박근혜 전 대표)께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 씨는 “앞으로 밝혀야 할 부분과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대신 지 씨는 사건 수사 과정과 법원의 판결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사건이 일부 권력에 이용된 면이 있고 자신이 사회적·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에 형량이 높아졌다는 것이 지 씨의 주장이었다.
지 씨는 최근 기자와 몇 통의 서신을 주고받은 바 있는데 이 서신 속에서도 그가 조만간 ‘폭탄 발언’을 할 만한 기미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서신에는 지 씨의 근황 및 옥중 심경 등이 주로 담겨 있었다. 서신에서 지 씨는 “수감생활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자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신앙의 힘에 적지 않은 부분을 기대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의 ‘갈등’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듯 간혹 어쩔 수 없는 회한과 고뇌가 드러나는 문장들도 엿보였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