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용지로 2700장 분량에 이르는 이 방대한 기록에는 김 박사가 살아온 일상들과 그와 맞물린 시대적인 배경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개인 가정사는 물론 당시 물가와 국내외 정치ㆍ사회적 주요 사건, 역사, 인물 등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도 생생하게 기록해놓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가능할 경우 일일이 수치로 계산해서 통계를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음주’에 대한 기록이 대표적인 예. 김 박사는 자신이 처음 술을 마시기 시작한 24세 때부터 날짜별로 마신 술의 종류와 양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는 마신 술의 양을 년·월별로 평균을 내서 통계를 내놓고 한국사람, 미국사람, 일본사람들의 평균음주량까지도 기록해두었다. 그 결과 김 박사의 인생은 ‘술 2만 1194병(2홉들이 기준)’, ‘담배 2만 1098갑’,‘원고지 22만 7423매’와 같이 수치로 정리된 부분이 적지 않다.
김 박사의 인생 기록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3월 한국기록원으로부터 ‘한국 최고 기록 인증서’를 수여받기도 했다. 김 박사는 최근 CBS 라디오 <손숙의 아주 특별한 인터뷰>에 출연해 “진실하게 삶을 기록하기 시작하면 자기 생활이 성실해진다”고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내 기록이 우리의 기록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