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은 작년과 재작년 같은 조사에선 이름이 없었다. ‘화려한’(?) 귀국과 재판 과정에서 어떤 의미로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젠 죗값도 치렀으니 존경받을 만하다고 생각된 것일까. 조사 관계자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만 밝혔다.
6년 가까운 해외 도피생활을 끝내고 지난 2005년 귀국한 김 전 회장은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 지난해 11월 징역 8년 6개월에 추징금 17조 9253억 원의 형이 확정됐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김우중 사면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추징금을 내지 않아 사면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물론 당국의 재산 추적도 받고 있다.
의외의 인물 김 전 회장 외엔 어떤 사람들이 존경받을 만했을까. 이건희 삼성 회장이 역시나 1등을 독식했다. 올해 조사한 부문 전체에서 뿐만 아니라 2004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부동의 1위였다.
2위부터는 조사대상별로 순위가 갈린다. 우선 산업계 근무 간부진이 뽑은 2위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 3위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차지했다. 4위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었는데 재계순위와 마찬가지로 2005년과 2006년까지 이건희 회장에 이어 2위를 고수하다 올해 4위로 떨어졌다. 작년에 불거진 현대차 비자금사건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5위부터는 구본무 LG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차중근 유한양행 사장, 최태원 SK 회장, 정몽준 의원 순이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2위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꼽았다. 윤종용 부회장이 매년 한 계단씩 올라 3위에 랭크됐고 정몽구 회장은 산업계 간부들이 꼽은 것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2위를 지키다 4위로 쳐졌다. 5위부터는 안철수, 문국현,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우의제 전 하이닉스 사장,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 순이었다.
일반 소비자가 뽑은 2위는 정몽구 회장이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을 존경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이어 3위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4위는 일반인에겐 낯선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조사 관계자는 “조사를 진행할 때 소속 회사를 병기했기 때문에 ‘유한’이란 브랜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몽준 의원은 작년과 재작년 10위 안에 들지 못하다 5위로 뛰어올랐다. 6위부터 9위까지는 최태원 회장, 현정은 회장, 문국현 사장,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 순이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