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기성 정치인들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했던 서상록 씨(70·전 삼미그룹 부회장)가 6월 8일 결국 출마 포기 의사를 밝혔다. 4월 24일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지 꼭 45일 만이다. 서 씨가 경선 출마를 포기하게 된 것은 당의 선거 관련 시스템에 대한 강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일 서 씨는 “대선 예비후보로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이 질의서에서 서 씨는 “같은 당원인데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로 (다른 예비후보들과) 차별대우를 하는지, 당사의 기자실 이용도 막고 공개토론회에도 참가할 기회를 주지 않는 이유를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서 씨가 질의서를 보내게 된 배경은 이렇다. 그간 서 씨는 당비도 15개월분을 완납한 엄연한 당원임에도 불구히고 ‘아무 이유 없이’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한 처우를 받아왔다는 것. 또 이러한 ‘차별대우’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듣기 위해 강 대표에게 수차례 만남을 제안했으나 매번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이에 서 씨는 질의서를 통해 “3일 이내에 (차별에 대한)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못하면 그동안 지불한 당비를 반환받는 동시에 그동안 차별대우로 겪은 고통의 대가로 1억 원의 배상금을 청구하겠다”는 강력한 법적 대응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서 씨는 “3일 이내로 답변을 부탁했음에도 결국 당 측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면서 “이런 몰상식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 씨는 “며칠 전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내가 경선에 출마한다는 것이) ‘상식 밖의 일’이라고 하더라. (당원의 출마를 막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더라. 이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한 나라의 정당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법적 대응이고 뭐고 이런 곳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 대선출마를 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직후 대기업 부회장 출신임에도 호텔 웨이터로 제2의 삶을 시작해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