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초 11만 원대 초반이던 현대중공업의 주가가 6월 초 32만 원대까지 뛰어올라 6개월 만에 300%의 경이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덕분에 정 의원은 형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전통의 주식평가액 양대 강자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정의원의 평가액은 2조 6000억 원대로 2조 5000억 원대인 정몽구 회장까지 누른 것. 2000년대 초반 정주영 창업자의 현대그룹 분가 이후 주가 전성시대가 현대그룹(정몽헌)→현대차그룹(정몽구)→현대중공업그룹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IT 붐이 꺼지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현대차의 경우 해외시장 경쟁 격화와 정 회장의 재판이 걸리면서 브레이크가 걸린데 반해 현대중공업은 사업장을 동남아로 이전하지 않고도 환차손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굴뚝주 부활의 흐름에 맨 선봉에 서고 있기 때문.
하지만 정작 오너인 정몽준 의원은 이런 경사와는 상관없다는 듯 대선과는 거리가 먼 평상적인 의원 활동만 하고 있다. 5년 전 이맘때쯤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행보다. 오히려 한때 현대에 몸담았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정주영 현대창업자의 불도저 이미지를 빌려다 쓰려는 형국이라는 관전평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최근 현대중공업은 정주영 창업자가 즐겨쓰던 ‘해봤어’라는 말을 광고문구로 쓰는 캠페인 광고시리즈를 내고 있다. 이 시리즈는 미포만 백사장 사진과 거북선 그림이 담긴 오백원짜리 지폐로 선박부터 수주했던 정주영 회장의 ‘불가능은 없다’라는 도전 정신과 사업가 정신의 승계자는 현대중공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이를 대선에서 ‘짝퉁 정주영 신화의 도용을 미리 막겠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