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 김성수 회장의 장남 김명환 부회장 측은 무엇보다 고 김 회장과 법무법인 충정 간에 작성된 ‘위임장’에 주목했다. 충정은 지난 3월 27일 김 회장으로부터 보유 주식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아 6월 1일 사조CS와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위임장에 문제가 있다면 계약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것.
김 부회장 측은 위임장의 김성수 회장 서명 필적을 사설 감정원에 의뢰, 그 전의 서명과 ‘차이 있는 필적’이라는 감정을 받고 이를 토대로 서명의 위·변조 의혹을 제기했다. 오양수산의 한 관계자는 “육안으로 봐도 문제가 있을 정도로 ‘날림’에다가 세 번이나 서명됐고 보유 주식 수도 틀렸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 측은 이 내용을 이미 지난 6월 8일 다른 유족들을 상대로 제기해 진행 중인 ‘주권인도가처분신청’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는 김 회장의 오양수산 주식 100만 6439주 중 김 부회장 상속분에 해당하는 13만 4192주에 대해서만 주권인도금지가처분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오양수산 지분 4.7%만 발이 묶였고 이미 사조로 넘어간 지분은 의결권 등의 ‘자유’를 얻은 셈이다.
김명환 부회장 측은 곧 본안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오양수산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위임장 서명 위·변조 의혹에 대한 형사고소와 함께 계약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충정의 장용국 변호사는 “지난 3월 27일 내가 직접 (김성수 회장으로부터)서명을 받았다”며 김 부회장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위임 의사를 확인하고 서명을 받는데 김 회장의 손이 흔들리며 서명이 제대로 안 나와 두 번 더 서명한 것일 뿐이다. ‘김성수 본인 명의의 오양수산 주식 일체’라는 조항이 있으니 보유 주식 숫자는 틀려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한편 경영권 인수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해온 사조산업(사조CS) 측은 “사실상 게임은 끝났다”는 입장이다. 사조산업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오양수산 새 이사진 구성을 골자로 하는 임시주총 소집 청구에 대해 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현재 보유지분과 우호지분을 합쳐 50% 이상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