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동국대 전 조교수의 가짜 학위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 진행자 이지영 씨(여·38)도 학력을 속여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씨는 “당시 친정에 빚이 많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곧 강사를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방송 진행이라는) 좋은 기회가 찾아와 계속 학력을 속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유창한 영어발음과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며 수 년간 인기 프로그램 DJ와 스타 강사로 유명세를 떨쳐왔다. 학원강사 출신인 이 씨가 학원가를 뛰어넘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며 ‘영어 신데렐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데는 사람을 사로잡는 뛰어난 화술 외에도 그간 이 씨가 내세워온 화려한 학력이 적잖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 씨는 그간 ‘중학교 3학년 때 영국으로 건너가 브라이튼대를 졸업하고 1996년 이 대학 언어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에 이 씨가 ‘학력 커밍아웃’을 함으로써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고향인 전남 광양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친 이 씨는 1987년 한 지방대학에 입학했다가 곧바로 중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의 실제 유학 경력은 1990년께 영국 런던 남부의 호브라는 소도시의 어학원에서 1년간 공부하다가 브라이트시의 기술전문학교를 1년 정도 다닌 것이 전부. 특히 그동안 이 씨가 공부했다는 영국 브라이튼대에는 언어학과 석사과정이 아예 없는 것으로 밝혀져 외국학위자에 대한 국내의 허술한 검증 시스템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