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 현대차 회장 | ||
그러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일단 검찰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구형한 검찰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대법원 재판이 항소심 결과에 대한 법리적 심사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할 때 정 회장이 다시 실형을 받게 될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내에서 정 회장 선고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는다. 정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냐 실형 선고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져서 선고 일정이 계속 미뤄져온 것을 보면 대법원 판결에 대해 현대차가 무작정 안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법원까지 가게 된다면 현대차는 재판보다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지도 모른다.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친 현 정부 입장에선 남북정상회담과 더불어 11월에 개최지가 결정되는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통해 정권 말기를 빛내려 할 것이 기 때문. 지금껏 해외 인사들을 상대로 활발한 유치 활동을 벌어온 정 회장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셈이다.
한편 정 회장은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활동 못지않게 사재 출연 작업에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감옥 가는 대신 돈 내라는 이야기”라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그만큼 사회환원 과정을 얼마나 눈에 띄게 시작하는가 여부도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 회장은 또 다른 돈 걱정을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정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이 나던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현대차그룹에 대한 과징금 부과 결정을 한 것.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현대차가 강력히 반발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집행유예라는 면죄부를 받아든 정 회장이 과징금 문제로 공정위와 크게 싸움을 벌이는 것에 대한 부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행동반경이 자유로워지는 만큼 돈 쓸 일 또한 무섭게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