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43)의 말이다. 최근 펴낸 자서전 <담금질>에서 그는 “친노가 주홍글씨가 된 현실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버리지 않겠다”라고 전하고 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그에게 ‘친노’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일지도 모른다. 이번 대선 결과에서 보듯이 표심은 친노를 떠난 지 오래 되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자서전에서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비교적 솔직하게 담고 있다. 본격적인 인연의 시작은 1989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가 3당 합당을 했을 때였다. 3당 합당을 거부한 통일민주당 의원 7명이 ‘꼬마민주당’을 만들었는데 여기에 노 대통령도 포함되어 있었다. 안 위원장은 “당시 노 대통령의 털털한 인간성과 확고한 신념 때문에 함께 일하고 싶었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안 위원장과 노 대통령을 연결해준 인물은 이광재 의원이었다. 그는 자서전에서 “연신내의 한 고깃집에서 이광재와 밤이 새도록 술을 마신 뒤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둘이 ‘한번 끝까지 가보자’라고 맹세했다”라고 전했다.
그런 이 의원과는 2002년 대선이 끝난 후 당선자 비서실에서 함께 일하며 인선 문제로 의견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고. 안 위원장은 “이광재는 그 업무에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최적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면 과거를 불문하고 쓰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라고 적고 있다. 반면 자신은 “인간적 품성과 역사적 정체성이란 잣대를 고수했다”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이광재가 추천한 인물이 늘 나았으며, 그와 같은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휴먼 네트워크가 노무현 캠프에 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자서전에는 그가 알선수재혐의로 구속돼 감옥에서 적은 일기와 최근에 쓴 칼럼 등이 첨부되어 있다. 안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나는 폐족(廢族)입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할 사람들과 같은 처지라는 뜻이다. ‘국민과 우리 세력 다수의 합의와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고 우리 모두의 변화와 개혁에 실패했다’라는 뜻에서 쓴 표현이라고.
그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충남 논산은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의 텃밭이다. 과연 그가 ‘친노’ 꼬리표를 달고 원내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민심의 향방이 궁금하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