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후끈 달아 올랐던 유럽의 축구 빅리그 트레이드 시장은 요즘 썰렁하다 못해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너도나도 최고 선수들을 모셔가지 못해 안달이었던 명문 구단들은 웬일인지 뒷짐만 진 채 오히려 ‘줘도 싫다’ ‘제 발로 걸어 들어와도 안받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을 감당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없는 돈도 꿔가면서까지 귀하신 몸들을 데려오기 바빴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구단에 소속된 선수들도 재정난에 허덕이는 명문 구단들의 단호한 한마디에 연봉 삭감을 결정하고 있다. “싫으면 나가라.”
한동안 유럽의 프로리그에서는 ‘지단의 최고 이적료 기록을 누가 언제 다시 깰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제 유럽의 축구 시장에서도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가장 비싼 이적료는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프랑스의 스트라이커 니콜라스 아넬카의 1천3백만파운드(약 2백30억원). 이것도 아직은 비싼 액수이긴 하지만 5백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던 예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 여름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 내로라하는 스타급 선수들은 여전히 ‘for sale’ 상태로 둥지를 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브라질의 히바우두.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히바우두의 연봉은 약 6백50만달러(약 72억5천만원). 더 이상 ‘스타’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바르셀로나 구단주는 최근 그를 방출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문제는 선뜻 그를 데려가겠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얼씨구나 하고 덤벼들었을 텐데 다들 ‘너무 비싸서…’하며 발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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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나우두(왼쪽)는 자진해서 연봉을 깎았고 히바우두는 바르셀로나가 팔려고 시장에 내놨지만 사가는 팀이 없다. | ||
롭슨 감독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유럽의 구단주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이탈리아의 AS 로마,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 등 유럽의 명문 구단들이 선수들의 어마어마한 몸값에 등골이 휠 지경이라며 푸념하고 있다.
들어오는 수입은 줄고 빚만 늘다 보니 최근에는 비싼 선수들을 ‘정리해고’하기 시작하거나 감봉을 제의하고 있는 구단도 부지기수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월드컵 16강 탈락의 충격의 여파가 만만치 않다. 예상 외의 탈락에 정신이 번쩍 든 구단주들이 ‘허울 좋은 껍데기’ 보다는 ‘속이 꽉 찬’ 팀을 원하면서 재정난 타파에 사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호나우두, 크리스티안 비에리, 알바로 레코바 등 거물급 선수를 3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인터밀란. 구단이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3인방이 최근 자진해서 감봉할 것을 결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이탈리아 축구 협회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각 구단의 사정을 감안해 오는 9월1일 개막하는 세리에A리그의 개막을 한 달 가량 연기할 것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유럽 명문 구단들의 재정난이 최근 더욱 악화된 데에는 TV 중계료 인하도 한몫한 것이 사실. 구단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중계료가 줄어드니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됐고, 선수들의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롭슨 감독은 유럽의 축구 구단들이 너무도 간단명료한 비즈니스 원리를 무시해 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축구도 비즈니스다. 수익을 창출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면 망하기 마련이다.” 수입 지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유럽 구단들의 긴축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kin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