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빌레펠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마티아스 자알은 어느날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를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쏙 드는 노트북 한 대를 발견했다. 최신형 모델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아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처럼 경쟁자가 줄을 이었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그는 어차피 노트북도 한 대 필요했는데 잘됐다 싶어 주저하지 않고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었다는 데 뿌듯했던 그는 판매자가 직거래를 원하고 또 직접 돈을 송금해 달라는 요청에 바로 전액을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돈을 입금하고 몇 달이 지났는데도 노트북은 도착하지 않았다. 판매자 또한 종적을 감춘 것은 물론이다. 그때서야 자신이 사이버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눈치챈 자알은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뒤늦게 사이버 수사대에 도움을 청해 이란에 있는 범인을 잡았지만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천 마일씩 떨어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에 수사와 기소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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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사기신고센터(IFCC)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사기의 43%가 인터넷 경매를 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매년 12% 이상 늘어나고 있는 상태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뢰할 수 있다는 이베이의 보안에 허점이 드러난 것은 아이러닉하게 이베이가 소비자의 안전 거래를 위해 개발한 ‘아이디 카드’.
아이디 카드는 소비자가 직접 판매자의 신뢰도를 평가해 놓은 일종의 소비자 평가서다. 판매자가 내놓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 건수와 불만족 건수가 최근 7일, 지난 한 달, 지난 6개월로 구분되어 집계되어 있어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기 전 판매자의 신뢰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
그런데 이 아이디 카드의 만족도를 조작하기란 누워서 떡 먹기인 것이 사실. 가령 사용자 이름을 여러 개 만들어 놓은 다음 마치 일반 소비자인 양 상품에 대한 긍정 의견을 조작해 놓으면 그럴듯한 평가서가 만들어지는 것. 조금의 수고와 시간만 들이면 누구나 마음 놓고 100점짜리 평가서를 조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판매자가 조작해 놓은 아이디 카드를 믿고 덜컥 물품을 구입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는 것에 대해 독일의 법학 교수인 안드레아스 뮈클리히는 판매자의 신변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한 대응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직거래시 반드시 온라인 뱅킹을 이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베이는 사기 판매 비율은 전체 경매 건수의 극히 일부분인 약 0.001%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 경매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판매자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상품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 또 설명한 물건이 맞는지 등을 구매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 경매의 단점을 악용한 사기는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피해 규모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해외 경매를 이용할 경우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kin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