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모인 대표팀. 사진출처=KBO 공식 페이스북
[일요신문]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나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해 실전 감각 올리기에 돌입했다. 4회째를 맞이한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지난 대회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씻는다는 각오로 대회에 임한다. 특히 처음으로 1라운드가 국내에서 치러지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김인식 감독 “가장 힘들었던 선수 선발”
처음으로 국내 팬들에게 선보이는 대규모 국제야구대회이기에 대표팀은 최상의 전력으로 대표팀을 꾸리는 것을 구상했다. 하지만 연이어 터지는 악재에 전력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도 “지금까지도 선수 선발은 늘 어려웠지만 이 정도로 힘든 대회는 처음”이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지난 시즌 여러 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거에서 활약했지만 오승환과 국내로 복귀한 이대호만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류현진, 박병호, 김현수, 추신수 등은 각각 부상과 팀 내 반대 의견 등으로 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추신수의 경우 본인의 의지가 확고해 참가 의사를 수차례 내비쳤지만 팀의 반대에 합류가 무산됐다. 추신수는 지난해 네 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올라 시즌 내내 48경기 출전에 그친 바 있다. 그의 건강을 우려한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은 결국 대회 출전을 막았다.
당초 박병호, 김현수 등과 달리 팀 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강정호의 대표팀 승선은 희망적이었다.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뽐내온 강정호는 지난해 10월 예비 엔트리, 11월 28인 엔트리에 꾸준히 포함됐다. 강정호 본인의 참가 의지도 강했다.
야구 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출처=KBO 공식 페이스북
비교적 구단 협조에 어려움이 적은 국내 소속 선수들의 경우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표팀 붙박이’ 김광현, 정근우, 강민호 등이 부상으로 제외됐고 그밖에 이용찬, 지난 17일엔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임정우기 부상으로 낙마했다.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자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WBC 기술위원회는 오승환을 발탁하는 강수를 뒀다. 당초 오승환은 도박사건에 연루되며 여론을 의식해 예비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선수 이탈에 김 감독은 “불펜진 보강”을 이유로 오승환을 발탁했다.
# ‘역대 최약체’라는 부정적 평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친 오승환과 이대호가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여전히 대표팀의 전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 대회에서 한국 야구를 이끌어온 에이스 3인방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이 모두 제외됐고 강정호, 김현수, 추신수 등 타선의 중량감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 2월 12일 오승환을 제외한 선수 전원이 참여한 오키나와 전지훈련이 시작된 이후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대표팀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연습경기에서 연이어 무기력하게 패배했기 때문.
대표팀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연습경기에서 0-4 영봉패를 당했고 요코하마 DeNA전에서는 2-1로 앞서다 3-2로 역전을 허용했다. 대표팀의 2연패 과정에서 특히 타선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타자들은 2경기에서 6개의 안타만을 만들어내며 감각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연습경기 결과를 놓고 질타와 옹호가 엇갈렸다. 김인식 감독도 2월 23일 귀국길에서 타격에 대해 “처음 구상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타격을 5경기에서 100%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전력과 관련해 송재우 JTBC 해설위원은 “류현진, 김광현 같은 절대적 에이스, 추신수, 김현수, 정근우 등 주축 선수들이 빠져 나갔기 때문에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역대 대표팀을 봤을 때 이번이 더 나은 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렇지만 현재 모습이 대표팀의 전력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3월 개막일까지 시간이 남아있고 이제 실전형 경기를 치르면서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송 위원은 대회 결과로 대표팀이 1라운드는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라운드가 진검 승부가 될 것”이라며 “2라운드서 일본이나 쿠바 중 한 팀을 잡아야 결선에 간다. 그때는 선수들 몸도 올라오기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대표팀도 비활동기간 지켜야 할까? 괌 미니캠프에 선수들과 함께한 대표팀 선동열·송진우 코치. 사진출처=KBO 공식 페이스북 미니캠프가 시작된 날짜에 눈길이 갔다. 12월과 1월은 비활동 기간으로 코치나 트레이너가 개입되는 훈련이 금지돼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비활동 기간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강력하게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표팀의 미니캠프 일정도 각 구단과 마찬가지로 비활동기간을 지키기 위한 날짜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KBO는 이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KBO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비활동기간을 의식해서 일정을 잡은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일본 전지훈련 이전부터 미리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획한 훈련이다. 거리를 고려해 미국에서 캠프를 차린 팀 소속 선수만이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선수협에서도 대표팀 훈련은 비활동기간과 관련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비활동 기간인 1월 중에 그런 훈련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선수협 차원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 |
‘찬란한 역사’ 속 잊어선 안 될 ‘흑역사’ 타이중·도하 참사 야구 대표팀은 지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일명 ‘드림팀’으로 불리던 최정예 선수들을 선발하며 국제대회에 참가해왔다.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대표팀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으로 한국야구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또한 국가대표팀의 선전에 힘입어 프로야구가 국내 독보적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드림팀 이후 한국야구에 ‘찬란한 역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결과를 낙관하던 대회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올린 쓰라린 경험도 있다. 야구 대표팀의 씁쓸한 추억으로 기억되는 대회는 ‘도하 참사’로 불리는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리던 대표팀은 대만과 일본에 연패하며 동메달 획득에 그쳤다. 비록 메달은 목에 걸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경쟁력을 갖춘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3국이라는 점에서 분명 3위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였다. 이후 승승장구하던 한국 야구에 다시 한 번 시련이 찾아왔다.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지난 2013 WBC에서 1회전 탈락의 쓴맛을 본 것. 대표팀은 첫 경기 상대인 네덜란드에게 0-5 영봉패를 당하며 세 경기 만에 귀국해야 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