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라크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현재 유럽 각국은 ‘편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미국의 군사 공격을 찬성하는 ‘미국 지지파’의 진영에는 영국을 주축으로 한 이탈리아,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포진하고 있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무력은 안된다는 ‘미국 반대파’에는 독일, 프랑스 등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또한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아직껏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들도 상당수 있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전쟁이 끝난 후를 걱정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 각국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분열한다면 한때 ‘거인’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을 발족시켰던 원대한 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낙후된 동구권을 껴안으면서까지 ‘진정한’ 유럽 통합을 이루고자 했던 계획도 현재 대부분의 동구권이 미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좌절된 것이나 다름없이 되고 말았다.
이번 이라크전은 비단 정치적인 위기만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전면적으로 맞서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현재 경제계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미국이 무역제재나 불매운동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잔뜩 긴장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사태가 급박해지자 유럽 각국의 주요 언론은 긴급히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대 이라크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민심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유럽 각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여론과는 또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영국]
미국의 군사 공격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합니까?
반대: 47%
찬성: 30%
모르겠다: 23%
(출처: 가디언/ICM)
9·11테러 발발 이후부터 죽 부시 정부 편에 서있는 토니 블레어 정부는 미국 진영의 선봉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이런 블레어의 ‘친미 정책’이 여당 내에서 100% 동의를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여당인 노동당의 일부 의원들은 유엔의 동의 없이는 절대로 무력을 사용해선 안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영국인들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미국의 대 이라크전에 찬성합니까?
반대: 76%
찬성(후세인 정권 타도가 목적인 경우에만): 18%
(출처: 르 파리지엥/CSA)
독일과 함께 미국의 대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자크 시라크 정부는 특히 유엔 무기 사찰단에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 역시 미국의 무력 사용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독일이 전쟁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렇다: 69%
아니다: 20%
기권하는 편이 낫다: 7%
(출처: 슈테른/포르자)
현재 독일 정부는 여야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로 미국의 무력 사용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이렇게 전면적으로 미국에 맞서고 있자 독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현재 미국 내에서는 ‘반독 감정’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는 상태. 하지만 아직까지 독일 내에서는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벨기에]
이라크 전쟁에 대해 반대합니까?
전적으로 그렇다: 29%
대체로 그런 편이다: 29%
기타 의견: 42%
(출처: 르 소어/데디케이티드 리서치)
벨기에는 미국의 무력 사용에는 동의하되 유엔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공격을 감행할 경우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의 공격이 후세인 정권 교체가 아닌 단순히 이라크의 무장 해제만을 목적으로 할 경우에만 찬성할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벨기에는 미 병력이 자국의 영토를 통과해도 좋다는 데에 동의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동조하고 있는 셈이다.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정부는 전쟁보다는 정치적인 외교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미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포르투갈]
영국과 함께 미국 진영에 서있는 포르투갈은 자국의 서부 해안에 위치한 아조레스 군도에 미공군의 거점을 마련해 놓고 일찌감치 전쟁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엔의 2차 결의안이 통과된 후에 미국을 지지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론’을 제시하고 있다.
[스페인]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감행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까?
절대로 안된다: 61%
유엔의 동의하에만 가능하다: 24%
독자적으로도 가능하다: 2%
(출처: 엘 파이/레알 인스티투토 엘카노)
근래까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던 스페인 정부는 사태가 긴박해지자 “이라크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국이다”며 “만약 전쟁이 불가피하게 될 경우 스페인 정부는 미국을 지지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아일랜드]
이라크 전쟁에 대해 찬성합니까?
반대: 68%
찬성: 22%
(출처: 아이리쉬 타임즈/MRBI)
아일랜드는 대외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셰논 지방의 공군기지에는 미공군이 드나들며 전투기를 보수하고 있는 등 미군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재 아일랜드 내에서는 ‘미군 철수’를 외치는 데모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야당 또한 미군의 공항 사용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여당을 비난하고 있다.
[이탈리아]
전쟁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합니까?
반대: 61%
찬성: 30%
모른다: 9%
(출처: 라 레푸블리카)
이탈리아 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유엔의 결의안이 통과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이미 미국 정부의 이라크 침공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이렇게 미국편을 들고 있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오히려 부시 정부다”라며 전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네덜란드]
이라크 전쟁에 찬성합니까?
유엔의 동의가 있을 경우 찬성: 65%
(출처: 군사 및 협회 재단)
지난해 총선 전까지만 해도 이라크전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던 네덜란드 정부는 새정부가 들어선 직후부터 급선회했다. 이미 자국의 군대를 워싱턴으로 파견하는 등 미국의 진영에 서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의 네덜란드인들 역시 후세인의 병력고가 자국에게 위협적이라는 점에 수긍하고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스위스]
미국이 유엔의 동의 없이 독자적인 공격에 나설 경우 찬성합니까?
반대: 82.5%
찬성: 6.3%
무응답: 11.2%
미국이 유엔의 동의 하에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경우 찬성합니까?
반대: 58.6%
찬성: 25.1%
무응답: 16.3%
(출처: 블릭/이소푸블릭)
공식적으로 ‘중립국’을 표방하고 있는 스위스는 이번 사안에서도 역시 중립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스위스 정부는 유엔의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미국의 독자적인 공격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들은 유엔의 동의가 있건 없건 무조건 전쟁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
유엔의 2차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의 군사 공격을 찬성합니까?
찬성: 57%
반대: 27%
무응답: 16%
(출처: 폴리티켄)
덴마크는 2월 초 이라크전에 파견할 자국의 군부대에 탄저병 예방 접종을 실시하면서 이미 전쟁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또한 덴마크 의회는 미국의 군사 공격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는 공식적인 발언을 한 상태며, 덴마크 국민들 역시 대다수가 정부의 이런 ‘친미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핀란드]
파보 리보넨 핀란드 총리는 부시 정부에게 이라크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인도적인’ 차원에서 미국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한 상태다. 또한 이번 전쟁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지 결코 일부 국가의 정치적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헝가리]
헝가리의 ‘타스자르’ 공군기지에는 이미 3천 명 가량의 이라크 망명인으로 이루어진 공군 부대가 ‘결전의 날’을 기다리며 맹훈련에 돌입해 있다. 한편 헝가리 의회 내에서는 ‘반미파’인 야당과 ‘친미파’인 여당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오스트리아]
후세인 정부를 타도하기 위한 이번 전쟁에 대해 찬성합니까?
찬성: 49%
반대: 48%
(출처: 뉴스/갤럽)
이번 대 이라크전에 대해 오스트리아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뚜렷하게 밝힌 상태는 아니다. 현재 오스트리아 의회에서는 미군의 통과 비행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유엔의 결의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의 군사 공격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스트리아인들 역시 현재 찬성 여론과 반대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태다.
[그리스]
현재 유럽연합의장국인 그리스는 “유럽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부르짖으며, 각국을 중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리스 의회는 “이라크 전쟁은 중동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할 것이다”라며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노르웨이]
이라크의 군사 공격에 찬성합니까?
유엔의 승인 없이는 반대: 90%
(출처: 아프텐포스텐)
노르웨이 정부는 부시 정부가 그렇게 이라크전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난하고 있다. 노르웨이인들 역시 미국의 독자적인 전쟁 개시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며 자국 정부에 동조하고 있다. 유엔의 무기 사찰단에게 충분한 시간을 준 후에 결정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것이 노르웨이의 입장이다.
[스웨덴]
이라크 전쟁을 찬성합니까?
반대: 50%
유엔의 동의 하에만 찬성: 35%
유엔의 동의가 없어도 찬성: 5%
(출처: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스웨덴 정부 역시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다. 하지만 괴란 페르손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독일의) 슈뢰더 총리의 고집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은근히 이라크전을 지지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현한 바 있다.
[폴란드]
부시가 “미국의 가장 든든한 유럽 파트너”라고 치켜세울 정도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역시 미국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개시하더라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체코]
체코군의 이라크전 파견에 찬성합니까?
찬성: 39%
(출처: 프라하 포스트/STEM)
체코 정부는 유엔의 동의 하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한해서만 특수부대를 파견해 미국을 지원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체코 정부는 나토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에서 미국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해서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 하에 미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형편이다.
[터키]
이라크의 군사 공격에 찬성합니까?
반대: 90%
(출처: CNN)
터키 정부는 유럽연합과 미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아직 뒷짐을 지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될 경우 이라크 내륙으로 향하는 자국의 동부 지역을 미군에게 개방할 것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