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에스터하스 | ||
하지만 그녀가 <원초적 본능>을 만났던 건 과연 단순한 ‘행운’이었을까. 그녀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다준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원초적 본능>의 시나리오 작가 조 에스터하스(59)는 “아니다”고 말한다.
최근 발간된 그의 저서 <할리우드 애니멀>에서 이와 같이 밝힌 에스터하스는 “<원초적 본능>은 나에게 하룻밤을 봉사했던 스톤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서 탄생한 작품이었다. 다시 말해서 스톤과 일종의 거래를 했던 셈이었다”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한때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떨쳤던 조 에스터하스의 대표작으로는 앞서 말한 <원초적 본능> 외에도 <플래시 댄스> <쇼걸> 등이 있다.
<원초적 본능>을 집필할 당시만 해도 이미 알아주는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그에게 어느날 무명의 한 여배우가 접근해 왔다. 그녀의 이름은 샤론 스톤. 매혹적인 금발과 환상적인 몸매로 그를 유혹했던 그녀는 마침내 그를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였으며, 유부남이었던 그는 이런 그녀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한 채 ‘환상의 하룻밤’을 보냈다.
그는 책에서 “그녀와 격렬한 밤을 보내면서 그녀가 얼마나 끝내주는 몸매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게 됐다. 단 하룻밤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빚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 그 유명한 ‘다리 꼬는 장면’이다. | ||
또한 그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토대로 스톤이 얼마나 ‘여우’였는지를 폭로하고 있다. <원초적 본능>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에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스톤이 흰 미니 스커트를 입은 채 다리를 바꿔 꼬는 장면일 것이다. 이때 스톤의 ‘은밀한 곳’이 살짝 보인다는 이유로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이 장면은 사실 그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폴 버호벤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후에 이 장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스톤은 한 인터뷰에서 “그런 장면이 나올 줄은 전혀 몰랐다. 난 완전히 속았던 것”이라며 당황해 했다. 하지만 그는 이것 역시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무슨 소리냐. 그 ‘교활한 여우’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훤히 다 알고 있었다.” 촬영이 시작되는 날 아침 은밀히 감독을 찾아가서는 “감독님, 오늘은 이게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라며 그녀 스스로 팬티를 벗어 감독에게 건네 주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
스톤의 경우 외에도 그가 이를 갈며 비난하고 있는 할리우드의 거물은 많다. 그 중 실베스터 스탤론(58)은 신인 작가였던 그를 철저하게 이용하려 했던 몰인정한 사람이었다. 영화 <록키>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스탤론은 어느날 우연히 에스터하스의 첫번째 영화였던
이후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지 스탤론은 그에게 시나리오를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강요했다. 물론 당시 할리우드에 막 발을 들여 놓았던 햇병아리였던 에스터하스에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내 스탤론은 “이 작품을 쓴 사람은 바로 나”라고 자랑스럽게 떠들고 다녔으며, 한동안 이 시나리오는 할리우드에서 ‘스탤론의 작품’이란 이름으로 통용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영화가 흥행에 참패하자 스탤론은 곧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이윽고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고 나선 스탤론은 “사실 그 작품은 내가 쓴 것이 아니었다. 그 신인 작가에게 정말로 죄송한 마음뿐이다”며 태도를 바꾸었다.
그후 할리우드가 얼마나 냉혹하고 음모·술수가 난무한 곳인지 하나 둘 깨달아갔던 에스터하스는 “할리우드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결국에는 조강지처까지 버리고 이혼까지 하게 됐던 것”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한동안 폭력과 섹스로 가득찬 작품 때문에 ‘미국에서 가장 욕 먹는 작가’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던 그는 후두암을 극복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더 이상 할리우드에서 펜을 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저리를 치고 있는 그는 최근 출간된 이 책을 통해서 “할리우드의 손끝이 닿는 모든 것이 부패하고 타락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수년이 걸렸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