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이 에이큰 | ||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내고 있는 클레이의 아버지가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 다음주 묘지 속에 안장됐지만 아들 클레이는 이곳에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아들이 오지 않은 ‘사건’을 통해 클레이의 우울한 어린 시절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아버지가 마지막 가는 의식에까지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클레이의 가슴에 맺힌 한은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클레이의 아버지 벌논 그리썸은 알코올 중독자에다가 아주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클레이는 유소년 시절을 아버지의 술과 폭력에 찌들어 공포에 질려 살았다. 이후 어느 정도 철이 들자 집을 나와 아버지와 10년 동안 떨어져서 살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클레이는 20세가 되자 자신의 성까지 그리썸에서 에이큰으로 바꿔버렸다. 아버지 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였던 어머니의 처녀 시절 성에서 따온 것.
아버지 벌논은 종종 클레이에게 “너는 실수로 태어난 자식”이라면서 존재 자체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클레이 어머니는 남편의 구타에 못이겨 1980년에 이혼했다. 이때 클레이의 나이는 겨우 한 살이었다. 남편과 헤어지면서 클레이를 데리고 나온 어머니는 이후에도 계속 남편 때문에 고생을 해야 했다. 벌논이 계속 찾아다녀서 이사만 수십 번 해야 했던 것. 5년 전에는 클레이의 이복여동생이 자살하는 비극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레이의 가수로서의 재능은 고스란히 아버지 벌논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벌논도 젊은 시절 클레이처럼 재능이 뛰어난 음악가였다고 한다.
또 한 가지 클레이가 아버지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은 아버지 때문에 갖게 된 반듯한 생활태도. 그는 요즘 젊은이들과는 다르게 착실하고 겸손하다. 그것은 누구보다 ‘고약한’ 아버지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얻은 것이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아버지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웠기 때문이다. 나는 술도 마시지 않는다. 아버지가 술을 지독하게 마셨기 때문이다. 난 또 인종차별도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혹독할 정도의 인종차별주의자였기 때문이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