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리 후보와 부인 테레사 하인즈. | ||
이번 주 미국의 대중지 <글로브>는 케리의 ‘하체’ 부분에 대한 시중의 소문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가 전염성 성병의 일종인 STD(Sexually Transmitted Disease)를 갖고 있다는 다소 쇼킹한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발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는 것. 미국을 대표하는 지성의 요람이라는 자부가 강한 매사추세츠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자 베트남전의 영웅인 동시에 철저한 반전운동가인 그가 지저분한 성병환자라는 사실이 진실로 드러날 경우 전체 선거판세를 뒤흔들 악재가 될 것은 뻔한 이치다.
루머를 진화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방법은 케리의 진료기록을 공개하는 것이다. 문제는 공화당측의 공개압력에도 불구하고 케리측에서 이것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 샌프란시스코의 한 공화당원은 “의료기록을 공개함으로써 이번 스캔들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텐데 그것을 못하는 것을 보니 의료기록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 같은 파상 공세에 대해 케리측에서는 “아무 것도 숨기고 있지 않다”면서 “아마 케리가 자신의 기록을 공개하면 공화당 사람들이 많이 민망해질 것”이라고 맞받아 치고 있다.
케리의 열성 지지자들은 사실의 유무와 관계없이 루머 자체에 대해 매우 불쾌해 하고 있다. 성병 루머는 공화당이 배후에서 조종해 전파하고 있는 더러운 짓거리라는 것. 클린턴의 친구인 필립 페리는 “빌 클린턴이 선거를 치를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서 “설사 해명이 된다 하더라도 그들이 포기하지 않는 한 또 일어날 것”이라고 공화당측을 비난했다.
중립적 입장의 지식인들도 루머 자체에 대해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법학교수이자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히어슨은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한 더러운 트릭”이라고 말했다. 일부 민주당원들은 베트남전에 직접 참전해 싸운 케리의 애국심과, 집안의 배경을 등에 업고 정규군에서 빠진 부시의 전력을 대비시키면서 누가 더 도덕적인가를 목청 높여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케리의 STD 루머가 사그라들기는커녕 계속 퍼져 나가고 있다. 더구나 케리의 화려한 옛 여성편력과 연결시켜 ‘그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조차도 케리의 전력에 비추어 볼 때 시중의 루머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정도다.
케리를 성병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감염시기를 점치고 있다.
▲ 케리의 연인들. 왼쪽부터 케리 후보와 첫 부인 소론, 데이나 델라니, 모건 페어차일드, 캐트린 옥젠버그. | ||
다른 입장은 케리가 첫 번째 부인 소론과 이혼하고 지금의 부인인 테레사 하인즈와 결혼을 하기 전의 싱글시절 때 걸렸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케리는 1982년 소론과 별거에 들어갔는데 당시 케리는 젊고 지적인 매사추세츠 주지사여서 여자가 많이 꼬였다. 이때 케리는 보스턴에서 명성이 자자했을 정도로 여성들과 놀았다고 전한다.
당시 케리가 어울린 여자들 중에는 데이나 델라니, 모건 페어차일드, 캐트린 옥젠버그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배우들과 가수 미셀 필립, 그리고 공화당 출신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법적으로도 싱글이 된 케리는 상원의원이 되었고 백만장자의 상속녀이자 동료 상원의원과의 이혼녀인 테레사 하인즈를 만나기 시작했다. 테레사는 아버지인 존 하인즈가 1991년 비행기 사고로 숨지자 5억5천5백만 달러에 이르는 유산을 물려받은 억만장자. 두 사람은 몇 년의 연애 끝에 1995년 결혼했다.
케리의 여성 스캔들의 절정은 1998년에 터져 나왔다. 당시 22세의 쭉쭉빵빵한 모델이자 하버드대학의 학생이었던 한 여대생이 자정쯤에 존 케리의 보스턴 집에서 나오는 모습이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찍혔다. 당시 그 여학생은 케리에게 이력서를 주러왔다고 해명했지만 늦은 밤에 남자 혼자 사는 집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많은 뒷말을 남겼다. 케리의 여성 스캔들이 세간에 화제가 되자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앨 고어는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점찍어 둔 케리를 막판에 선택하지 않았다. 케리의 바람둥이 기질이 아무래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케리는 비등한 의혹 속에서도 자신의 의료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는 “빌 클린턴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면서 “그때 그가 어떻게 됐나?”고 반문하고 있다. 즉 공화당은 클린턴이 루머로 더욱 유명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케리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지금 그 루머에 대해 해야 할 일은 한 번 해 볼 테면 해 보자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케리의 성병 감염 사실이 여전히 의문에 싸인 상황에서 케리의 전·현 부인과 전 애인들은 모두 STD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