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평양의 외딴 섬에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말론 브란도. 아래는 영화 <대부> 스틸. | ||
미국 대중지 <글로브> 최신호에 따르면 할리우드의 전설이자 ‘영원한 대부’인 말론 브란도가 지금 남태평양의 한 외딴 섬에서 자기 생에 있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탱고를 출 준비를 하고 있다. 숨가쁜 생을 살아왔지만 누구보다 폐쇄적이었던 그는 지금 조용히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 80세의 말론 브란도는 현재 건강이 아주 안 좋은 상태다. 따라서 할리우드 사람들은 그가 남태평양섬으로 이주하는 것은 사실상 죽음을 맞이하러 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를 아끼는 많은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돈 콜레오네답게 의연하게 자신의 장례식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더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음에도 깊숙이 자신의 몸을 숨기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한 제작자는 “말론은 지금 죽음이라는 명제 속에 깊이 빠져 있다”면서 “그동안 줄곧 자신이 편안하고 조용하게 휴식을 취할 곳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인은 “그는 죽음에 대해서 종종 얘기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좀체 닿기 힘든 그런 장소에 자기 뼛가루를 뿌리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말론 브란도는 늘 그랬던 것처럼 죽어가는 과정이나 죽은 이후에도 확실한 프라이버시를 원하고 있다고 한다.
노년의 말론을 괴롭히고 있는 병마는 신부전증이다. 4백53파운드(약 203kg)나 나가던 거구의 몸은 지금 2백65파운드(약 120kg)밖에 안된다. 걷는 것도 여의치 않아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으며 숨쉬는 것마저 산소호흡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태.
이 같은 육체적인 고통 못지 않게 말년의 말론을 괴롭히는 것은 정신적인 고통이다. 애지중지했던 딸인 셰린느는 1995년 목을 매 자살했고, 그로부터 몇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아들 크리스티앵도 죽었다. 말론은 이들의 비참한 죽음이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젊은 시절의 방종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말론 브란도는 얼마 전까지 죽은 아이들과의 추억이 남아 있는 할리우드의 저택을 자신이 죽고 나서라도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요새화해서 생전에 지녔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남겨 두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바람은 실정법 위반으로 현실화될 수 없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거부들인 동네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는데, 반대운동에 가장 앞장선 사람은 다름아닌 할리우드의 후배 스타인 잭 니콜슨이었다. 잭과 말론의 집은 서로 담장을 맞대고 있다.
생을 조용히 마감하기 위한 장소로 말론이 최종 결정한 곳은 남태평양에 있는 테티아로아라는 섬이다. 이 섬에서 말론 브란도는 자신의 마지막 여인이 될 타리타 테리피아와 사랑에 빠져 아들 사이몬 테호투를 얻었다. 말론은 테티아로아 섬을 ‘영혼이 따뜻한 궁전’으로 이름짓고 그 어떤 곳보다 사랑해 왔다. 바로 그 궁전에서 타리타와 사이몬의 보호 아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조용하게 보내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