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드라 케리(위 왼쪽)와 바네사. 아래 오른쪽은 칸의 알렉산드라. | ||
그동안 ‘망나니’짓을 해온 부시의 쌍둥이 딸들도 이젠 ‘개과천선’했다. 올 봄 각각 예일대와 텍사스대를 졸업한 이 둘은 “이제 아버지 속을 썩이는 일은 하지 않겠다”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 최근 스페인에서 1백km 도보순례에 참가하는 등 다소 건전한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쌍둥이 자매는 패션지 <보그>의 화보 촬영에 임한 후 곧바로 아버지 대선 캠페인에 참여할 계획이다. 먼저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선거 사무실에서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일을 시작한 후 점차 선거유세에 나서면서 간간이 연설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
이들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특히 자신들 또래인 젊은층 유권자들이다. 얼마 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쌍둥이 딸들이 부시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재임 초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으로 부시 가문에 먹칠을 했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
하지만 이들의 파란만장한 과거 행적을 떠올린다면 그리 믿음직스럽지 않은 것이 사실. 2001년 부시가 취임한 해부터 이미 이런저런 말썽으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이들 자매는 미성년자인데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다가 경찰에 적발돼 기소되기도 했다. 특히 제나의 경우에는 남의 신분증을 사용해서 술을 사려다가 발각돼 6백달러의 벌금형과 30일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들의 말썽은 지난 2002년 공식적으로 성인이 된 후에도 끝나지 않았다. LA에 위치한 영화배우 애시튼 커처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해 마리화나를 피워 아버지의 속을 태웠는가 하면 워싱턴의 가라오케 술집에서 열정적인 춤을 추면서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바바라 부시(위 왼쪽)와 제나. 아래 오른쪽은 파티장의 바바라. 로이터/뉴시스 | ||
지난 1988년 이혼한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딸 중 첫째인 알렉산드라는 현재 영화배우 겸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이며, 둘째인 바네사는 하버드 의대생으로서 전형적인 모범생의 길을 걸어왔다. 치열했던 민주당 경선 내내 항상 아버지와 함께 연단에 올라 뒤에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주었던 이들은 “앞으로 11월까지 항상 아버지와 함께 할 것이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둘 중 더 적극적으로 아버지의 대선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동생인 바네사다. 이미 올해 초 민주당 예비선거부터 아버지의 곁을 지키고 있는 그녀는 이미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18세부터 29세 사이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한 설문조사에서 케리 후보가 56%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42%의 지지율을 얻었던 부시 대통령을 월등히 앞섰던 것.
또한 논리적이고 지적인 연설로 좌중을 사로잡으며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바네사는 때로는 가족의 작은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끈끈한 가족애를 과시하고 있다.
“제가 일곱 살 때 가족들이 모두 함께 뉴잉글랜드의 한 호숫가로 보트 여행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우리가 키우고 있던 ‘리코리체’라는 이름의 햄스터와 개도 함께 데려갔죠. 그런데 개가 햄스터 우리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그만 햄스터가 물 속으로 빠지고 말았어요. 이에 사색이 된 아빠는 물 속에서 우리를 건진 후 서둘러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죠. 물론 인공호흡을 한 것은 아니었고, 대신 햄스터의 가슴을 누르면서 심장 마사지를 했어요. 아빠는 알고 있었던 거죠. 그때 당신이 햄스터를 살리지 못한다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를요.”
또한 이들을 둘러싼 스캔들이라고 해봤자 부시의 쌍둥이 딸들에 비하면 시시하기 그지없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알렉산드라가 입고 등장했던 시스루 드레스가 고작이었던 것. 당시 알렉산드라는 속이 훤히 비치는 검정색 드레스로 주목을 받긴 했지만 미국인들은 ‘섹시함’보다는 자아의식이 투철한 젊은 여성 감독으로서의 그녀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부모가 이혼한 후 생모 밑에서 자랐지만 이들에게 구김살이라곤 전혀 없다. 또한 지난 1995년 아버지와 재혼한 테레사 하인즈 여사와도 허물 없이 지낼 뿐더러 하인즈 소생의 세 아들과도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