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국방위원장 | ||
지난 2002년 2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을 인터뷰한 러시아 언론인 올가 말리체바(47)는 김 위원장의 알려지지 않은 일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김정일과 왈츠를>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화제다. 일본의 <주간겐다이>는 최근호에서 말리체바와의 인터뷰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김정일의 평소 모습에 대해 밝혔다.
우선 관심을 모으는 것은 김 위원장이 말리체바와 왈츠를 추는 장면일 것이다. 2002년 8월 러시아의 한 유람선에서 호화로운 환영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 환영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김 위원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이것으로 연회도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김 위원장이 한 여성에게 다가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춤을 신청한 것. 그 여성이 말리체바였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한다.
“마침 왈츠가 흐르고 있었죠. 구소련 시절의 애국가였을 거예요. 반 년 전에 저는 김 위원장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에 대해 관심이 있었습니다. 저를 에스코트하던 그는 독재자가 아니라 마치 사교계의 인사 같았어요. 그야말로 신사였죠.”
그녀가 김 위원장과 만난 것은 그때가 두 번째였다.
그녀가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난 것은 프리코프스키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북한을 방문할 때 동행했던 2002년 2월이었다.
“김 위원장과 팔짱을 끼고 60번째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는 러시아식 건배를 했습니다. 잔을 다 비우고 난 후 눈이 마주치자 그가 내 볼에 키스를 했어요. 나도 그의 볼에 키스를 했고 ‘인터뷰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니 승낙을 하더군요.”
“선상 파티에서 그는 전에 자신을 인터뷰했던 여성이 있느냐고 측근에게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인사를 하러 가서 술을 몇 잔 마시고 내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후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지요. 연회가 끝났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가 내게 춤을 청했어요.”
김 위원장이 여자를 밝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김 위원장은 모두 네 번 결혼했다(정식으로 결혼한 것은 두 번). 첫 번째는 홍일천, 두 번째가 여배우인 성혜림, 세 번째는 타이피스트인 이영숙, 네 번째가 현재 부인인 고영희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은 탓인지 연상의 여성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네 명의 부인 중 두 명이 연상이다.
절륜한 정력의 소유자로 알려진 김 위원장에게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기쁨조’가 있다. 북한 각지에서 뽑힌 16~18세의 미녀군단이 파티에서 시중을 들거나 김 위원장의 잠자리 상대가 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그 외에도 일본이나 홍콩, 태국, 유럽 등에서 온 여성들이 김 위원장에게 ‘봉사’하고 있다고 한다. 잠자리까지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시에 김 위원장이 말리체바를 마음에 들어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
말리체바는 김 위원장의 왈츠 솜씨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극찬했다.
“그가 왈츠 연습을 열심히 한 것이 분명하다고 봅니다. 그의 움직임은 힘이 넘치면서도 정확히 나를 리드했죠. 그의 스텝에 몸을 맡기면 정말로 안심할 수 있었어요.”
음악이 끝나자 김 위원장은 그녀를 자리까지 에스코트했다. 나무랄 데 없는 신사적인 모습이었다.
경제파탄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부족이 심각한 북한. 그러나 그 나라의 지도자와 왈츠를 춘 여성 언론인의 눈에는 김 위원장의 모습이 국민을 제압하는 독재자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