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돈나가 ‘카발리스트는 더 좋게 만든다’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위)를 입고 공연하던 중 치마를 들어올리고 자신의 새 이름 ‘에스더’의 첫 글자 ‘E’를 새긴 팬츠를 보이고 있다. | ||
“카발라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어요. 저와 함께 카발라의 세계로 빠져보지 않을래요?”
언제부턴가 ‘카발라 전도사’라는 애칭(?)을 갖게 된 마돈나(46)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카발라’란 중세시대 유럽에서 유행했던 신비주의로서 명상과 참선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고 영혼의 안식을 얻고자 하는 유대교다. 근 몇 년 전부터 ‘카발라’에 푹 빠져 지내는 마돈나는 자신의 이름까지 ‘에스더’라고 개명할 정도로 ‘광신도’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도 모자라 주위의 동료들을 하나둘 카발라의 세계로 끌어들이면서 전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유행’에서 이제는 ‘열풍’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카발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미국 연예주간지 <스타>는 카발라는 ‘종교’라기보다 오히려 ‘기업’에 가깝다고 말하며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현재 카발라에 심취해 있는 스타로는 마돈나와 가이 리치(36) 부부 외에도 데미 무어와 애시튼 커처 커플, 브리트니 스피어스, 패리스 힐튼, 엘리자베스 테일러, 린제이 로한 등 다양하다. 이들은 ‘카발리스트’가 되는 것이 마치 할리우드의 유행을 선도한다는 양 앞다투어 카발라 센터를 드나들고 있으며, 왼손에는 ‘카발리스트’란 것을 증명하는 빨간색 팔찌를 두른 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정말 마음의 평화를 얻고 안식을 찾고 있는 걸까. <스타>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한동안 카발라의 세계에 빠져 있다가 4개월여 만에 빠져 나온 한 여성의 말에 의하면 “카발라를 믿기 위해서는 우선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신앙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것이 바로 카발라”라고 잘라 말한다.
또 “카발라의 세계에서는 일종의 ‘신분 등급’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며 지난 9월 말께 ‘수코트(유대교의 명절로서 일종의 추수감사절)’가 시작되는 날 런던의 카발라 센터에서 만난 마돈나 부부에 대해서도 털어 놓았다.
예배 시간이 훨씬 지나 뒤늦게 도착한 마돈나 부부는 다른 신도들과 달리 카발라의 지도자 옆에 마련된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60명가량의 신도들이 줄을 서서 종이 접시와 컵에 음식을 담아 먹거나 좁은 테이블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혀 가며 앉아 있던 것과 달리 그들은 넓직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 크리스털 잔을 부딪치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인 양 한참을 그렇게 카발라 지도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던 마돈나는 졸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던 남편 리치가 하품을 억지로 참으며 “이제 그만 가도 될까?”라고 말하자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지도자와 함께 중앙 통로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갔다. 다른 신도들이 옆문으로 나간 것에 비하면 분명 다른 점이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기사 마돈나가 이처럼 ‘특별 대우’를 받는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적인 팝스타라는 점이 가장 그럴 것이며, 또한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 ‘돈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마돈나는 지난 2002년 한 해에만 무려 4백30만달러(약 49억원)라는 거금을 헌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있어 진정한 카발라 신도가 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교과과정만 살펴 보더라도 만만치 않은 가격에 입이 벌어지기 때문.
▲ 카발라에 빠져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왼쪽)와 데미 무어-애시튼 커처 커플. | ||
먼저 처음 입문하는 신도들은 의무적으로 카발라 신도라는 것을 증명하는 45달러(약 5만원)짜리 빨간색 팔찌를 구입해야 하며, 성스러움을 의미하는 흰색의 모자와 티셔츠, 바지, 신발 세트를 구입하는 데 1백75달러(약 20만원)를 더 지불해야 한다. 또한 카발라 경전인 ‘조하르’를 구매하는 데 5백2달러(약 57만원)를 내야 하며, 이밖에도 교리책, CD, 비디오 테이프 등을 구입하는 데 족히 1백40달러(약 16만원)를 기본으로 지출해야 한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다리 찢어진다고 이런 만만치 않은 비용을 대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신용카드를 더 만들거나 갖고 있는 재산을 처분해서 추가로 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코스가 강화될수록 센터측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점점 많아진다는 데 있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점차 소원해지거나 직장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쳐 일상생활이 엉망이 된 사람들도 더러 있다.
또한 카발라 교사들이 지나치게 신도들의 사생활에 간섭을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도가 조금이라도 뜸해진다 싶으면 신도들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좀 더 자주 센터에 나올 수 없나요?”라고 묻는다거나 한 학기가 끝나면 “내면의 세계를 보다 윤택하게 하려면 2단계 코스를 들어야 한다”면서 재등록을 종용하기도 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이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고 말하는 한 신도는 “어쩔 수 없이 또 다음 코스를 등록하게 된다”고 털어 놓았다.
역시 10주 코스인 ‘카발라 2’의 수업료는 2백69달러(약 30만원). 여기에다가 주당 23달러(약 2만6천원) 하는 ‘조하르 클래스’, 2백71달러(약 30만원) 하는 ‘인생의 나무’ 세미나 등 여러 가지 수업을 더 들어야 한다.
이쯤 되면 신도들은 이제 두 부류로 나뉘게 된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과 직장을 그만두고서라도 카발라에 매달리는 소위 ‘광신도’들이 바로 그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을 전도해오라는 교사들의 압력 또한 견딜 수 없다는 것이 신도들의 설명이다.
‘부자들의 종교’라는 이런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현재 카발라는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당분간 이런 트렌드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