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부그룹 오너 쓰쓰미 요시아키가 체포돼 일본이 떠들썩하다 | ||
도쿄지검 특수부에 따르면 쓰쓰미 전 회장은 고야나기 전 사장(2월19일 자살)과 공모해 그룹의 지주회사인 ‘고쿠도’가 보유한 세이부철도 주식 비율을 본래의 64.83%에서 43.16%로 허위축소한 유가증권보고서를 지난해 6월 재무국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상위 10대주주 합산지분이 80%를 넘으면 상장폐지되는 증권거래법 기준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었다.
하지만 모든 주식거래를 전산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허위기재 사실이 밝혀질 위험에 처하게 되자 쓰쓰미 전 회장은 세이부철도의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 주식의 대량 매각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허위기재 사실이 밝혀진 지난해 10월까지 전부 5천6백만 주의 주식이 6백50억엔(약 6천5백억원)에 매각됐다.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상대방에게 아무 설명도 없이 팔아치운 과정이 기업내부자가 자신의 기업정보로 주식을 매매해 이득을 얻는 내부자거래에 해당됐다.
세이부그룹은 세이부철도를 중심으로 프린스호텔과 세이부 라이온즈 등 모두 1백35사, 약 3만 명의 사원을 거느리는 일본의 거대 재벌그룹이다. 쓰쓰미 전 회장은 그룹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고쿠도의 주식 36%를 보유해 총수로서 모든 계열사를 지배해왔다.
흥미로운 것은 세이부그룹은 세이부철도와 이즈하코네철도 외에는 모두 비상장기업이라는 사실. 그룹 지배구조는 창업자인 쓰쓰미 야스지로가 아들에게 상속하기 위해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공들여 만들어낸 복잡한 지분구조에 의해 성립돼 있다. 지금까지 고쿠도를 비롯한 전체 그룹의 재무내용에 대해 전혀 밝혀진 적이 없었다.
세이부그룹의 또 다른 특징은 독특한 절세기법. 고쿠도는 지금까지 법인세를 낸 적이 거의 없다. 지난 2001년부터 2003년 동안 고쿠도는 매출액 9백33억엔(약 9천3백30억원)에 90억엔(약 9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의 경상이익은 약 1백억엔(약 1천억원)이지만 그와 거의 비슷한 금액의 특별손실을 계상하는 식으로, 대부분 연간 순이익은 1억엔(약 10억원) 정도로 되어 있다. 고쿠도는 의도적으로 적자를 냄으로써 법인세를 내지 않은 것이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쓰쓰미 전 회장의 여성편력도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쓰쓰미 전 회장의 정부(情婦)였던 여성이 시사대중지 <주간 겐다이>와 인터뷰해 소문만 무성했던 ‘쓰쓰미의 여자들’의 존재가 사실임이 드러났다.
1994년 스무 살 때 고쿠도의 비서실에 들어간 이 여성은 쓰쓰미 전 회장의 눈에 들어 하코네에 있는 별장에서 살면서 10년 동안 정부로서 부족함 없는 생활을 누려왔다. 쓰쓰미 전 회장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매주 두 번씩 이 여성을 찾아와 골프를 치거나 유람선을 통째로 빌려 불꽃놀이를 구경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 여성에 따르면 ‘재계의 카리스마’로 불리며 엄격하기로 소문난 쓰쓰미 전 회장이 자신과 있을 때는 매우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자로 변신했다고 한다.
이 여성은 회사 소유의 별장에서 가정부와 함께 지내면서 ‘정부 수당’으로 매달 50만엔(약 5백만원) 정도를 받았다. 그밖에도 그녀는 고쿠도의 직원으로 매달 월급을 받았으며 직장의료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었다. 근무하지 않는 사람을 회사 소유의 건물에서 살게 하고, 회사 돈으로 월급을 지불한 것은 상법상 특별배임죄에 해당된다. 하지만 고쿠도측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또다른 증언도 있다. 고쿠도의 전 총무차장에 따르면 쓰쓰미 전 회장은 헬기를 이용해 전국 곳곳의 별장에 있는 정부들을 만나러 다녔다고 한다.
쓰쓰미 전 회장은 정계에도 깊이 손을 뻗친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가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프린스호텔 운영을 통해서였다. 고이즈미 총리를 배출한 모리파를 비롯한 정치권의 주요 파벌은 대부분 프린스호텔에서 회의를 하거나 정치자금을 모으는 파티를 열곤 했다. 이를 통해 쓰쓰미 전 회장은 고이즈미 총리나 모리 전 총리, 오부치 전 총리 등과 폭넓게 교류를 가져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에 대해 “쓰쓰미 전 회장이 나에게 무언가를 부탁한 적은 없다. 그는 정치가를 후원은 하지만, 부탁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메이지대학 정경학부의 다카기 교수는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이 이 정도로 불투명하고 왜곡된 경영을 한 예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쓰쓰미 전 회장의 스캔들을 보고 있자면 경영자로서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