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약 2주일 전 심장과 폐질환으로 입원했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목숨을 이어 왔다. 올해 81세인 그는 모나코공국을 무려 7백 년 동안 지배하고 있는 그리말디 왕조의 후손으로 1949년에 왕위를 계승받아 유럽에서 가장 긴 재위기간을 기록하고 있던 왕이었다.
비록 작은 군주국이지만 레니에 3세 다음 왕좌에 누가 앉을까에 대해 세인들의 관심은 크다. 레니에 3세는 1982년 차사고로 숨진 할리우드 스타 그레이스 켈리와의 사이에서 알베르 왕자(47)와 카롤린(48), 스테파니(40) 두 공주를 낳았다.
모나코왕실위원회는 레니에가 죽기 하루 전 국왕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외아들 알베르 왕자가 섭정 자격으로 국왕의 권한을 행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모나코 왕실의 후계 문제가 매듭지어졌다고 보는 모나코 사람들은 드물다.
왜냐하면 생전의 레니에 3세가 아들보다는 딸에게 더 마음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왕은 혼수상태에 빠지기 직전 자신이 죽으면 카롤린 공주로 왕위를 잇게 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왕위를 이어야 할 알베르 왕자가 결혼은커녕 동성애 소문으로 나라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니에 3세는 공식석상에서 “배필을 찾아 보라”고 지시하기까지 했지만 알베르는 샤론 스톤, 다이애나 왕세자비,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 등과 염문만 일으키고 다닐 뿐이었다. 그리곤 급기야 게이라는 험악한 루머까지 나돌게 했다. 이에 레니에 국왕은 알베르가 왕위를 잇기에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생전의 레니에를 더더욱 골치 아프게 만든 것은 카롤린 공주 역시 확실한 여왕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카롤린 공주는 지금까지 세 번 결혼을 한 경험을 갖고 있고, 처녀 때에는 몬테카를로 해변클럽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기행을 펼쳐 세인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건설하는 왕자’(Builder Prince)로 불리며 모나코의 50년 영화를 이끈 레니에 3세는 지난 1956년 할리우드의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을 함으로써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레니에의 불행은 그러나 지난 1982년 ‘그레이스 공주’로 불리던 그레이스 켈리가 차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후 그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 생전의 레니에 3세와 그레이스 켈리. 아래는 알베르 왕자, 카롤린과 스테파니 공주(왼쪽부터). | ||
레니에 가족의 불운을 몇백 년 전의 저주로부터 찾는 모나코 사람들이 많다. 그리말디 왕가는 1297년 모나코공국을 지키는 수비병들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왕조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후 1515년 모나코를 다스리던 그리말디 왕가의 클라우딘은 후손들에게 “그리말디 왕가 사람들은 어느 경우에도 외국인과 결혼을 하면 안 된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레니에는 미국 여자인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함으로써 선조의 유언을 거슬렀고 그래서 레니에 가족에게 저주가 시작됐다고 모나코 사람들은 믿고 있다.
알베르 왕자가 일단은 왕위계승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누나 카롤린이 아버지의 뜻을 내세워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인가. 일부에서는 레니에 가문의 수난시대가 끝이 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