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노사이트 ‘테라 C’에서 남성들과 음란채팅을 하고 있는 ‘마이케’. | ||
그녀의 애칭은 ‘마이케’. 침대에 엎드려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그녀 앞에는 두 대의 모니터가 나란히 놓여 있으며, 방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4대의 웹캠이 그녀의 모습을 구석구석 훑고 있다.
‘슈퍼맨’ ‘킬 빌’ 등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몇몇 남성들과 몇 마디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간 후 마침내 아이디 ‘끝내주는 놈’을 사용하는 남성이 그녀에게 주문을 하나 한다. “‘거기’를 보여줘!” 그러자 그녀 역시 기다렸다는 듯 “물론이죠!”라고 말하며 스스럼 없이 카메라를 향해 다리를 벌린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음탕한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남성들은 모두 ‘온라인 섹스 업체’인 ‘테라 C’의 유료 회원들. 함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테라 C’는 분당 1유로86센트(약 2천4백원)의 비싼 사용료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회원수가 늘고 있는 대표적인 ‘사이버 홍등가’. ‘테라 C’의 크리스티나 비징거 사장(46)은 “한 달에 80개 이상의 온라인 업체에 약 2천8백 시간의 포르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실시간 채팅과 화면이 제공되는 신종 ‘사이버 섹스’는 자신이 원할 때마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시간에 따라 사용료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기존의 ‘폰섹스’와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듣는 재미’에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고나 할까.
그렇다면 도대체 인터넷에 등록되어 있는 음란 사이트 수는 얼마나 될까. 음란 사이트를 걸러 내는 이른바 ‘필터 소프트웨어’를 제조하고 있는 ‘시큐어 컴퓨팅’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에서 운영되고 있는 포르노 사이트는 약 3억4천만 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com’ 도메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다음으로는 독일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de’와 영국의 ‘.uk’, 호주의 ‘.au’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사이트들의 특성은 점차 현실 세계를 가상 공간에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거리상이나 시간상의 제약으로 실제로는 갈 수 없거나 볼 수 없는 곳을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홍등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더 레드 라이트 월드’가 있다. 여기에서는 사용자가 마치 실제로 홍등가를 누비는 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암스테르담 홍등가가 3차원으로 그대로 재현되어 있으며, 사용자는 클릭 하나만으로 스트립바를 방문하거나 사창가를 기웃거릴 수 있다.
또한 ‘파크 포르노’에서는 공원에서 만난 회원들끼리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으로 섹스를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클릭 한 번만으로 원하는 것을 쉽게 얻는다고 해서 과연 좋기만 한 걸까. 이에 대해 뮌헨에서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올리버 제만은 “포르노 사이트에 지나치게 집착할 경우 결국에는 섹스에 대한 환상이나 신비로움이 고갈되어 버릴 수 있다. 이는 곧 스스로 성적인 흥분을 상실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또한 그는 “가상 공간에서의 방탕한 생활이 현실에서의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고 강조한다.
음란 사이트에 중독될 경우 가정 파괴는 물론이요,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올바로 된 성지식을 얻지 못하게 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심한 경우에는 과도한 사용료로 인해 경제적인 파탄까지 불러올 수도 있으므로 중독이 되기 전에 빠져 나오거나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포르노 사이트가 중독성이 강한 것은 그 ‘간편함’에 있다. 첫째 따로 약속을 할 필요가 없다. 굳이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할 때 접속만 하면 아름다운 미녀가 늘 거기에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굳이 새로운 연인을 사귀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클릭만 하면 되는데 왜 시간 낭비, 돈 낭비, 정력 낭비를 한단 말인가. 셋째 골치 아픈 말다툼이나 감정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포르노 사이트의 마력에 이끌려 빠져들었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먼저 실생활에서의 대인 관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물론이다. 어렵게 새로운 사람을 사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점차 폐쇄적이 되어 갈 확률이 높기 때문.
또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을 헤매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환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확률도 높아진다. 이런 경우 아무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중독성에서 해방되었다고 해도 재발할 확률이 높다.
항상 정도가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하는 법. 음란 사이트를 즐기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중독된다는 것이 더 무섭고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