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잭슨 | ||
하지만 과연 그럴까. 비록 ‘무죄’라는 평결을 받아내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혐의를 여전히 의심하면서 ‘유전무죄’ 혹은 ‘스타파워를 이용한 쇼’라는 등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 어마어마한 돈을 뿌려 가면서 사전에 증인들의 입을 막았거나 배심원들로 하여금 한때 팝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그에게 동정표를 던지도록 각본을 짠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이러한 비난에 무게를 실으면서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던, 혹은 제출되지 못했던 몇 가지 ‘비밀 증거’들을 조목조목 나열하는 기사를 게재해 파장을 일으켰다. 만일 이 증거들이 당시 법정에 제출되었다면 어쩌면 배심원들의 평결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20개월 동안 지리하게 이어졌던 이번 재판의 핵심은 과연 잭슨이 2003년 2~3월 자신의 네버랜드 저택에서 한 소년을 성추행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당시 잭슨이 위암 투병 중이었던 13세 소년 개빈 아르비조를 저택으로 초대한 후 소년에게 “예수의 주스다”라고 속이며 술을 마시게 하고 포르노 테이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사실 잭슨의 아동성추행 혐의가 불거졌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12년 전인 1993년에도 한 차례 성희롱 혐의로 도마 위에 올랐던 적이 있었던 것.
당시 그에게 처음으로 ‘성추행범’이란 꼬리표를 달게 했던 조디 챈들러는 잭슨한테서 합의금 2천5백만달러(약 2백60억원)를 받고 고소를 취하한 바 있다.
이로써 한 차례 불명예스런 재판을 피할 수 있었던 잭슨이 이번에도 역시 돈으로 챈들러의 입을 막았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당연히 증인으로 지목되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끝까지 법정 출두를 거부했던 것.
이에 브라이언 옥스맨 검사는 <배니티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잭슨측 변호인단이 사전에 입을 막은 것이 분명하다”며 “아마 증언을 거부하는 대가로 그 소년은 백지수표를 받았을 것이다”고 비난했다. 만일 챈들러가 법정에 서서 증언을 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옥스맨 검사는 “모르긴 몰라도 무죄를 확신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재판에서 증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무려 3백여 명. 이 중에는 평소 잭슨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테일러, 다이애나 로스, 스티비 원더, 코비 브라이언트 등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법정에 출두해 증인석에 선 사람은 1백35명에 불과했으며, 이중에는 위에서 언급한 스타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한 13세 때 잭슨의 누드 사진을 보도록 강요당했다고 말한 바 있는 아역 스타 출신 코리 펠드만(34)도 증언을 거부하긴 마찬가지였다. 펠드만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양심껏 증언을 했다면 잭슨이 무죄 평결을 받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법정주변의 얘기다.
또한 법정에 제출되지 못했던 일련의 증거물들로는 잭슨의 침대에서 채취되었던 DNA 샘플과 잭슨의 생식기를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이 사진은 잭슨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생식기의 특징을 식별하기 위한 것으로서 지난 1993년 톰 스네던 검사가 찍은 것이었다.
잭슨의 전직 보디가드였던 카심 압둘이 자신이 네버랜드에서 목격했던 장면 중 일부를 법정에서 말하지 않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당시 잭슨의 행위를 목격한 증인으로서 법정에 섰던 그는 “잭슨과 소년이 자쿠지 안에서 물장난을 하면서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그 후 피터팬 동상 아래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다른 데 있었다. 그가 바세린 로션을 들고 침실로 들어서자 잭슨이 벌거벗은 채 소년과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증인석에서 이 부분은 뺀 채 증언했다.
만일 위의 증인들이나 증언들이 모두 법정에서 채택되었다면 과연 그의 무죄 평결은 달라졌을까. 잭슨이 이러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상 어쩌면 잭슨의 승리는 영원히 ‘반쪽뿐인 승리’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