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쿠마 유키노(왼쪽), 우치 히로키 | ||
이 사건의 두 장본인은 일본 후지TV의 주부대상 정보프로그램 <대답해주세요>를 진행하고 있는 인기 아나운서 기쿠마 유키노(33)와 아이돌 그룹 ‘NEWS’의 멤버인 우치 히로키(18)다. 2003년 가을에 결성된 NEWS는 지금까지 4장의 싱글 앨범과 1장의 앨범을 발표했는데 4장 모두 발표하자마자 차트 1위에 오를 정도로 최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룹이다.
이 소동은 지난 7월14일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구 월드그랑프리 2005’에서 캐스터를 맡은 기쿠마는 ‘스페셜 서포터’ 자격으로 시합장에 온 NEWS의 멤버들과 만나게 된다. 그날 밤 시합이 끝난 후 후지TV에서 주최하는 회식이 있어, 그 자리에는 방송국 관계자를 비롯해 NEWS의 멤버 두 명이 있었다. 하지만 기쿠마는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다.
사실 그때 기쿠마는 회식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인기 그룹인 ‘케쓰메이시’의 멤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술자리가 끝난 후 케쓰메이시 멤버 중 한 명과 센다이의 한 클럽에 가기로 한 기쿠마는 우치가 묵고 있던 호텔로 직접 찾아갔다. 시간은 이미 밤 11시를 넘은 때였다. 이때 기쿠마는 우치의 방에 약 40분 동안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방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방송경력 10년의 여자 아나운서가 할 만한 행동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 후 우치를 데리고 클럽으로 향한 기쿠마 아나운서가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모습이 여러 사람한테 목격됐다. 그때 함께 클럽에 있던 일행에 따르면 도중에 두 사람이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고 한다.
그 후 우치는 공원에서 술에 만취해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넘겨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미성년자 음주금지법 위반의 혐의로 기쿠마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기쿠마가 NEWS의 미성년 멤버에게 술을 먹인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돈다. 이번 소동이 일어나기 2주 전 월드그랑프리 배구 예선전 때문에 한국에 NEWS의 다른 멤버 두 명이 와 있었다. 기쿠마는 이때 중계방송의 스태프가 아니었지만 ‘경기를 기록하기 위해’라는 엉뚱한 이유를 대며 서울에 왔다. 이날 기쿠마는 NEWS 멤버들과 함께 호텔이 있던 서울 강남에서 한정식을 먹으며 새벽까지 막걸리를 마셨다고 한다.
당시 호텔 근처에서 NEWS를 기다리고 있던 팬들은 팬 사이트 게시판에 “NEWS 멤버들이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 하는 상태로 호텔에 돌아왔다”는 글이 올렸다.
기쿠마는 담당 프로그램의 출연정지와 함께 감봉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사과하지는 않았고 방송국에 매일 출근해서 일상적인 업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은 “공인으로써 부적절한 행동을 해놓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기쿠마를 비난하고 있다.
후지TV 아나운서실 관계자는 “기쿠마 아나운서는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먹인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만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강한 불만을 표하고 있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우치가 멋대로 술을 마시고 취해서 난동을 부린 것인데, 자신에게 그 책임이 돌아온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 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다른 동료 아나운서는 사건이 일어난 후 출근한 기쿠마가 “내가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고 흥분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이야기했다.
기쿠마는 주부 대상 정보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친숙하고 단정한 이미지로 시청자들한테 어필해왔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연예인과의 술자리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회사에서 “어제 XX랑 술을 마셨는데~”라며 연예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곤 했다고.
사건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 전혀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 기쿠마에 대해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나운서를 그만 두고 연예인으로 데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번 일에 대해 일본의 방송관계자들은 자신을 연예인이라고 착각하는 여자 아나운서들과, 인기 연예인이라면 무조건 오냐오냐 받들어주는 일본의 방송 풍토가 이번 일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