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간지
불륜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나 있어왔던 일이었지만, 그 사실을 떳떳하게 공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극적인 연애’로 많은 영화나 소설의 소재가 되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탓인지,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많이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륜을 경험한 적이 있는 미혼 여성들 중 80% 이상이 “상대가 유부남인 것을 알고도 사귀었다”고 대답했으며, 30% 이상의 여성들이 “불륜경험이 두 번 이상 있다”고 대답했다.
미혼 여성들에게 유부남과 사귈 때 원하는 조건을 물어보자 “고수입으로 돈을 잘 쓰는 사람”이 1위였고, “결혼했더라도 아이가 없는 사람”이 뒤를 이었다. ‘애절한 불륜’은 이제 옛날이야기인 것.
무엇보다 여성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은 “부인에게 불륜을 들켰을 경우 어떻게 하겠는가”에 대한 대답이었다. 55% 이상의 여성이 “귀찮기 때문에 그냥 헤어진다”고 대답했으며 “부부간의 일은 그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무시한다”와 “부인을 만나 당당하게 내 입장을 설명한다”는 대답이 각각 12%로 뒤를 이었다. 이런 대답들에 대해 남녀관계에 대해 많은 저술을 한 사카이씨는 “이들은 서로를 이용하고 서로에게 이용당하는 관계라서 사정이 복잡해지면 손쉽게 관계를 끝낸다. 최근의 불륜은 섹스 파트너의 일종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캐주얼한 불륜’의 유행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 ‘불륜의 가장 이상적인 결말’에 대한 질문이다. “어른스러운 관계를 즐기다가 지겨워지면 ‘쿨하게’ 헤어진다”는 대답이 약 40%로 1위를 차지했고 “서로 ‘쿨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면 계속 만난다”는 대답이 32%로 뒤를 이었다. “부인과 헤어지고 나와 결혼하기를 바란다”는 대답은 10%에 불과했다. 상대 남성이 결혼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한번 바람을 피운 사람은 또 바람을 피울 것’이기 때문에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여성이 대부분인 것.
8세 연상의 직장 상사와 2년 동안 사귀었다는 여성 시노다씨(28)는 서로 구속하지 않는 섹스 파트너로 관계가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대 남성이 부인과 헤어지고 자신과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고. 이에 대해 시노다 씨는 “갑자기 결혼 이야기를 꺼내서 질겁을 했다. 빨리 헤어져야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프러포즈를 받은 것이 기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기쁘지 않다. 아내가 결혼할 때보다 살이 쪄서 잠자리를 갖기 싫다는 이유로 바람을 피우는 남자와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 서로 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유부남과) 사귈 이유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렇다고 유부남에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니라고. “이번에는(?) 정말로 쿨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배짱이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며 이야기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