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잡지의 표지. | ||
명실상부한 비만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미 국립건강통계센터에 따르면 약 6천만 명, 미국의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비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비만인구가 높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까지 높은 것은 아닌 듯하다. 비만인구가 늘어남과 함께 그들을 차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많은 비만인들은 취업이나 의료, 교육 등과 같은 사회적 기회가 제한된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와 샌프란시스코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비만인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을 마련했을 정도.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많은 비만인들이 “뚱뚱하면 뭐 어떠냐” “비만인들에게 권리를…”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점에는 <팻 걸스 가이드북>이나 <사이즈 와이즈>와 같은 책들이 늘어서 있고 인터넷에는 ‘BBW(Big Beautiful Woman)’이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또한 ‘비만=인기가 없다=섹스리스’의 편견에 찬 등식을 깨고 보란듯이 성(性)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릴린은 “예전에 사귀던 사람에게 뚱뚱하다는 이유로 차인 적이 있었다. 충격에 빠져 있는데 건강보험조합에서 ‘체중과다로 가입불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뚱뚱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 현재 미국은 ‘비만인들의 권리 찾기’ 운동이 한창이다. 뚱뚱한 커플의 행복한 모습과 NAAFA 컨벤션에서 열린 패션쇼, 수영복 콘테스트 우승자 모습(위부터) | ||
올해의 컨벤션에서 가장 사람들의 주목을 끈 것도 바로 비만인들의 연애나 섹스를 다룬 강연회. 회장에 모인 청중의 80%는 여성이었다.
“뚱뚱해서 인기도 없고, 섹스는 꿈에서도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다”는 221kg의 소극적인 여성이 있는가 하면 “뚱뚱한 여자는 섹스에 굶주려 있어서 금방 넘어올 거라고 생각하는 저질적인 남자는 이쪽에서 거절”이라는 당당한 여성도 있었다.
비쩍 마른 남성이 일어나 “난 뚱뚱한 여성을 사랑한다. 지금도 동거하고 있는 여성이 있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지만 가족이나 친구에게 소개할 용기가 없다. 그녀에게도 미안하고 내 자신이 부끄럽다. 하지만 난 뚱뚱한 여성이 아니면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며 말을 흐리자 갑자기 회장이 숙연해지면서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 남성과 같이 비만한 사람에게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FA(Fat Admirer)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5~10%가 FA라고 알려져 있다.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에이버리 콜터(38)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약혼녀 카타리나 로즈(39)는 204kg으로, 두 사람은 인터넷의 데이트 서비스를 통해 만났다. 59kg의 왜소한 체격의 에이버리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FA라는 것을 알았다고. 두 사람의 섹스에 관해 질문하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둘 다 비만이라면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녀의 풍만한 몸을 너무 사랑한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비만인 섹스의 지침서라고도 불리는'Big Big Love'의 저자 한나 블랭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비만인과 정상인의 섹스에는 별 차이가 없다. 단, 비만인의 경우 몸집이 크기 때문에 약간의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녀의 책을 보면 “비만인 섹스에는 항상 체중의 ‘압박’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체중을 모두 상대방에게 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일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몸부림을 치지 말고 몸을 굴려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그밖에도 그녀는 비만인 커플을 위해서 정상위나 입위보다는 후배위와 좌위를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