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즈 판정 1년여 만에 아무 치료도 받지 않고 완쾌된 ‘기적의 사나이’ 앤드류 스팀슨. | ||
20세기 인류 최대의 재앙 중 하나로 꼽히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는 지금까지 ‘불치의 병’으로만 알려져 왔던 게 사실. 한 번 감염됐다 하면 치료할 수 없어 체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전세계 2천5백만 명 이상이 에이즈로 사망했으며, 2005년 현재 감염자 수는 4천여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최근 영국에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져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름이 아니라 ‘죽음의 병’ 에이즈에 걸렸다가 불과 1년여 만에 깨끗하게 완치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던 것. 아직까지 그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세계 에이즈 연구진들은 물론 에이즈 환자들은 ‘치료의 길’이 열린 것 아니냐며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기적의 주인공은 영국 남서부 에어셔에 거주하는 앤드류 스팀슨(25)이라는 이름의 한 청년.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스팀슨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난 기적과도 같은 일을 가리켜 “마치 지옥에 떨어졌다가 천당으로 올라간 기분”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가 에이즈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2002년 5월 무렵. 동성애자인 그는 당시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인 애인(44)과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갖고 있었으며, 에이즈 바이러스가 직접적인 성관계시에만 감염된다는 사실을 알고 콘돔을 사용하는 등 매사에 늘 조심해왔었다.
하지만 마침내 올 것이 오고 말았다. 어느 날 별달리 한 일도 없는데 몸이 노곤하고 기운이 빠지더니 급기야 온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던 것. 이에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아가 에이즈 검사를 받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에는 음성 판정을 받고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 곧 의사로부터 감염된 후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
이에 3개월 후인 같은 해 8월, 그는 다시 한 번 에이즈 검사를 받았다. 이번에는 그의 불안한 예감이 적중했다. 혈액 검사 결과 체내에서 HIV 항체가 발견된 것이다. 벼락과도 같은 진단을 받은 그는 의사로부터 “발병만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 20년, 혹은 40년은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위로의 말만 들은 채 병원 문을 나서야 했다.
▲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앤드류 스팀슨. | ||
아직 감염 초기 단계였기 때문에 특정한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있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매일 기도를 하거나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가 혈액 검사 및 면역 체계 검사 등 몇몇 건강 검사를 받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해가 바뀌면서 그의 몸 속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보통 에이즈 환자들의 경우 건강 상태가 더 좋아지는 경우는 드문데 그의 경우는 달랐다. 눈에 띄게 건강 상태가 양호해지는가 싶더니 마침내 2003년 10월 다시 실시한 혈액 검사에서는 ‘에이즈 음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말 그대로 그의 몸 속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싹 사라진 것이다.
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담당 의사는 “도무지 의사인 나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분명 기적임에 틀림없다”며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고 있다.
많은 에이즈 연구가들 역시 스팀슨의 소식을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침내 길고 긴 ‘에이즈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 에이즈 위원회의 데보라 잭은 “이처럼 에이즈가 자가 치유된 경우는 의학적으로 아직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에이즈 바이러스란 것이 매우 복잡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만큼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완치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것은 스팀슨 본인이다. 에이즈 감염 후 이를 치료하기 위해 특별히 취한 행동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특정한 약물을 복용하거나 보약을 먹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상시와 다름 없이 생활했을 뿐더러 심지어 애인과 성관계시에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콘돔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학계 연구진들은 그의 신체 내에 있는 항체가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으며, 앞으로 그의 신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심층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팀슨 또한 자신도 기꺼이 연구에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과연 이로 인해 20년 넘게 에이즈에 속수무책이었던 인류에게 희망의 빛이 드리워질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기적을 바라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