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15일 노리노미야 공주 부부가 결혼식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
노리노미야 공주(36)는 아키히토 일왕의 외동딸로, 왕족답지 않은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일본 국민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신랑은 도쿄도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인 구로다 요시키(39)로, 둘째 오빠인 아키시노노미야가 주최한 테니스 시합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번 결혼식이 이전의 왕실 결혼식과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민간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왕실의 결혼식은 궁 안의 연회장에서 식을 올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처음으로 왕족의 결혼식을 담당하게 된 데이코쿠(帝國)호텔은 만에 하나 불상사가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경비 태세를 갖췄다.
신랑의 하객들은 일반인이기 때문에 미리 사진을 입수하여 식장에 들어가기 전에 일일이 대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대해 호텔측은 “당치 않다. (사진 대조는) 손님에게 큰 실례”라며 강하게 부정했다. 신랑쪽 하객 중 한 사람은 “사진 대조는 모르지만, 식장에 올 때 청첩장뿐 아니라 청첩장 봉투도 함께 지참하라는 주의가 써있었다. 봉투의 주소와 이름이 명단과 일치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었다”고 귀띔했다.
이번 결혼식에서 하객들을 당황하게 만든 부분이 바로 축의금 액수. 왕실의 결혼식에 일반인 하객이 축의금을 내야 하는 것인지, 만일 낸다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는 결혼식과 피로연의 참석 여부를 미리 통보받아 하객 수에 맞는 식사와 선물을 준비한다. 이때 축의금은 보통 3만엔(약 27만원), 부부가 함께 참석할 때는 5만엔(약 45만원)을 낸다.
이번 노리노미야 공주의 결혼식은 왕실의 궁내청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했다. 궁내청 출입 기자는 “왕실에서 모든 비용을 냈지만, 식 자체는 일반적인 결혼식의 형태를 따랐다. 또한 하객들을 위해 상당히 고가의 선물이 준비됐기 때문에 빈손으로 식장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리노미야 공주는 이번 결혼으로 국가와 일왕 부처로부터 모두 약 3억엔(약 27억원)의 돈을 품위유지비 조로 받게 된다. 노리노미야 공주는 평소에도 돈을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상근으로 근무하는 연구소의 월급도 전혀 쓰지 않고 모두 모아두었다고 한다. 노리노미야 공주가 너무나 돈을 쓰지 않아 정부가 공주에게 지급하는 예산을 줄였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
재미있는 것은 노리노미야 공주는 이번에 결혼을 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은행 통장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일본 왕실의 공주는 평민과 결혼하면 신분이 왕족에서 평민으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신분증이나 통장을 가져본 적이 없는 노리노미야 공주는 얼마 전에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이 처음으로 갖게 된 신분증이라고 한다. 면허증을 하지고 처음 한 일이 운전이 아니라 통장 발급이라는 것이 재미있다.
다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두 사람의 거처 문제다. 노리노미야 공주 부부는 도쿄 메지로에 있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이다. 노리노미야 공주가 직접 모델 하우스를 방문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안전과 프라이버시 문제. 이 아파트는 도쿄의 아파트치고는 드물게 숲과 맞닿아 있어 외부에서 안을 훔쳐볼 수 없게 되어 있다. 아파트의 외부는 적외선과 와이어 센서로 둘러싸여 있고, 전용카드가 있어야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이중삼중의 자동 잠금 장치, 24시간 경비원 상주 등 대사관급의 안전대책이 이 아파트의 특징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가 완공되는 시기는 내년 3월로, 그때까지 임시로 머물 거처가 필요하다. 임시 거처로 노리노미야 공주가 택한 곳은 의외의 장소. 고급 아파트이긴 하지만 방 하나짜리 작은 아파트를 고른 것이다. 부동산업자와 왕실측은 넓은 곳을 권했지만 공주는 “작은 곳이 좋다”며 거절했다는 것. 하지만 집이 작다고 값도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곳의 월 임대료는 약 50만엔(약 4백5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리노미야 공주는 신혼집에 들러 직접 그릇과 조미료 등을 선반 위에 정리하고 청소도 했다고 한다. 아파트에 있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은 모두 렌털한 것. 밖에서 들여온 가구는 공주가 쓰던 테이블과 구로다씨의 책상뿐이었는데 거실이 너무 좁아 테이블과 책상이 들어가자 소파를 놓을 자리도 없었다고.
그동안 공주를 가까이서 지켜봐온 사람들은 공주가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왕족의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홀가분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